▲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는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CBS 공연기획단 김학중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첫내한공연
20년 사역, 18장 음반낸 CCM의 거장을 만나다  

다정한 연인,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 희끗한 머리의 노부부, 이름만 들어도 알 CCM 사역자들…. 이들 모두가 한 곳에 모였다. 18일 밤, 미국 CCM의 거장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콘서트가 열린 서울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 비전홀. 꽉 들어찬 객석에는 공연시간 내내 흥분이 떠나지 않았다.

지난 1987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18장의 음반을 발표하며 오로지 CCM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 그런 그의 콘서트를 대하는 관객들의 모습에는 어딘지 모르게 엄숙함이 묻어 있다. 조금이라도 놓칠까봐 그의 말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는 관객들, 곡이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이젠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된 채프먼, 그래도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에선 여전히 신선함이 묻어난다. 신나는 멜로디의 ‘Live Out Loud’나 파워풀한 ‘Dive’를 부르며 뛰는 그를 보면, 그가 4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홀로 기타를 치며 부르는 ‘I Will be Here’를 듣고 있으면, 지나온 세월만큼 더욱 깊어진 음악에 그의 나이가 절로 실감이 난다.

채프먼은 이날 ‘I Will be Here’ ‘More to This Life’ ‘King of the Jungle’ 등 십년 이상 그를 좋아해온 팬이라면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불렀음직한 곡들과 ‘Last Day on Earth’ ‘All Things New’ ‘Live Out Loud’ 등 최근의 노래들을 골고루 들려줬다. 그는 때론 전자기타를 뜯으며 뛰기도 하고, 때론 피아노 건반을 살며시 누르며 눈을 감은 채 노래하기도 했다.

아내인 메리 베스와 자신의 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채프먼은 이날 콘서트에서도 자신의 첫째 딸 에밀리를 소개하며 그녀를 위해 지은 곡 ‘I Belive in You’를 부르기도 했다. 원래 세 자녀를 두었던 채프먼은 지난 2001년 에밀리의 제안으로 중국 여자 아이인 쇼하나를 입양했고, 이후 두 명의 여자 아이를 더 입양했다.

“처음엔 두려움 때문에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저와 제 아내의 마음을 움직이셨고, 결국 세 아이를 입양하게 하셨죠. 그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더욱 깨닫게 됐어요.”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은 채프먼은 그의 딸 쇼하나를 위해 만든 ‘When Love Takes You in’을 불렀다.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Dive’를 끝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채프먼을 향해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거장을 이대로 보내기가 아쉬웠을까. 채프먼은 이미 무대 뒤로 사라졌지만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잠시 후 “와” 하는 함성을 가르며 채프먼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기고 간 곡은 ‘I Could Sing of Your Love Forever’. 이제 곧 한국을 떠나는 그의 다짐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