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추종 목사들의 정계 입문 선언...코미디의 끝은 어디인가

'기독교 정당'이 끝내 닻을 올린단다. 그저 몇 명의 목사들이 시간이 남아 농담 따먹기 수준으로 나눈 방담 속에서 나온 구상인줄 알았는데, 며칠전 아예 창당발기인대회에 준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정치하려고 단단히 마음 먹은 모양이다.

교회를 정치 무대로 삼아 해먹을 만큼 먹었으니, 이제는 좀 더 큰 파이가 보이는 곳으로 가겠다는 심산일까. 어차피 참석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교계판에서 깨끗하게 정리돼야 할 부류들이란 점에서, 생각보다 빨리 이들 세력들의 용도폐기의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점에 환영을 표한다. 창당을 하나님의 은혜라고 이야기하는데, 필자의 생각도 이런 점에서 동일하다.

사실 세습이나 획책하고, 돈을 부정, 불의하게 써먹고, 숭미만이 진리요 소망이라 믿는 이들이 민의의 심판을 받겠다는 점은 실로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다. 사실 그동안 교회니까 이런 몰상식한 발상의 소유자들도 포용해주고, 때론 이해해주려는 노력도 있었다. 용서와 온유, 더 이상은 없는 판이 정치 무대인데, 나서서 온 몸으로 겨뤄보시겠다니 막을 길은 없고, 어쨌든 대환영이다.

지난 해 1월 19일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 순복음교회 교인 등 5만여 명의 신자들이 모여 "부시 대통령 만세"를 연호하며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의 대응 집회를 가졌다. <사진=뉴스앤조이>

시청 앞에서 인공기 불태운 자들이 '남북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사실 이들의 창당 이념을 면면히 살펴보면 한 편의 코미디이다. "종교와 종교, 지역과지역, 노와 사, 남북의 생산적인 화해와 통합의 역할"을 다하겠단다. 타종교인을 벌레보듯 하며, 특정 지역 출신 목회자는 임용 자체를 거부하는 작태를 관행처럼 용인하고, 노조는 마귀의 괴수처럼 여기는가 하면, 인공기 불태우고 '부시 만세'를 부르는 허접한 발상으로 점철된 이들이 과연 그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까. 필자는 과연 얼마나 돈을 써서 이 '창당이념'을 외부로부터 사왔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물론 정치는 특정 세력들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 용접하는 노동자도, 밥집 아줌마도, 은퇴하고는 소일거리가 없어 노인정에서 장기두는 할아버지도 필요하다면 역량이 된다면 자기와 비슷한 계층의 사람을 대변하기 위해 정치판에 나와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요즘식으로 말하는 생활정치이다. 목사님이 세상 돌아가는 꼴이 못 마땅해서 정치를 해야겠다면 환영해야 한다.

기득권이나 추종하며, 국가적 대의보다는 소리(小利)에 탐하는 자들이 그동안 조폭이 특정 지대를 장악하는 것마냥 정치를 강점했던 '정치 자영업자' 시대는 이제 완전히 종식돼야 한다.

신종 정치 자영업자-정치 목사들, 그들이 총선에 나서겠다는데...

그렇다면 목사들이 뜻 좀 모아서 하겠다는 '기독교 정당'을 왜 폄훼하느냐. 이들은 종교라는 포장지를 덮은, 변형된 형태의 정치 자영업자들이라는 그간의 인상을 지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변칙 세습을 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원래 정치판을 기웃거리던 목사도 있었다. 그때는 DJ가 주도하는 한 정파의 후보로 공천받아 '남북화해'를 강조하며 '햇볕정책' 전도사를 자임하더니, 이제와서 '친북세력의 발호'를 걱정하는 이중적인 인물도 있다. 같잖은 권위로 신자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덜 떨어진 목사들도 더러 있는듯 하다.

이들이 '기독교 정신', '정치권 복음화'라는 말을 꺼내는 모양새를 보면 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엽기에 다름 아니다. 카이젤 수염 브랜드의 진복기 후보만도 못한 도덕성의 이들의 원내 진입은 현재로서는 가능성 제로라고 본다.

그렇다고 기왕 나서신 장도에 악담만 퍼부울 수는 없는 꼴. 성공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비책을 하나 알려드릴까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이냐. '불심으로 대동단결'을 외치신 김모 후보처럼 아예 처음부터 꼴통 브랜드로 나가는 것이다. 못해도 동정표 정도는 얻을 것이다. 인사는 곧 만사. 핵심은 인물 영입이다. 필자는 아래 인사들이 이번 창당발기인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또 발기도 안 했다는 점을 심히 안타까워하고 있다.

횡령, 배임, 간통 혐의로 지난 해 곤욕을 치른 김홍도 목사. 수구세력에게는 신화적인 존재이다. <사진=뉴스앤조이>

이들을 영입하라...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니

첫째, 자타가 공인하는 친미인사 김장환 목사를 영입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면 뭐든 절대선에 가깝게 여기는 김 목사의 영입은 그동안 주권회복 등의 열기로 위축된 이 사회의 '사대주의자'들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힘이다. 반미 세력들에게 기선을 제압당한, 또 친일 진상규명이니 뭐니해서 '애국'의 과거를 모략당하는 이 시대 숨죽인 수구들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둘째, 그 이름도 찬연한 장자교단 예장합동의 총회장 임태득 목사도 끌어들이는 것이다. "기저귀 찬 것들이 설친다"라는, 듣기만 해도 가슴뭉클하고 속시원한 일갈로 이 시대 '창궐'한 여권에 숨죽여 고개숙인 남자들을 일거에 발기시킨 남성의 영웅. 여자들이 설치고 다니는 꼴을 못본다는 어른 꼰대들부터, 밖에서는 지성인인 체 하면서 안에서는 아내를 상습적으로 때리는 폭력남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지세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김홍도 목사가 있다. 그는 횡령, 배임에 간통까지 그야말로 범죄 유발에 있어 남부럽지 않은 경험을 갖고 계신 분이다. 세상 상식으로는 이미 쫓겨나서 자진 귀양살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 분은 아직도 10만 명을 앉혀놓고 매주일 '똑바로 살라'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런 내공은 조그만 비위로 인해 쫓겨나듯 물러나야 했던 한많은 수구세력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넷째, 김수환 추기경도 모셔와야 한다. 친북 반미 세력의 발호를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내서 고민하신다는 김 추기경을 영입하면, 그동안 편가르기만을 해왔다고 비난을 사고 있는 보수 개신교계 역시'신구교 화해와 일치'를 위해 실효성있는 행보를 남겼다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한 명 더 추가한다면, 서울은 물론 전국에 무수한 체인점을 갖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이다. 아직까지도 정치는 조직력에 많이 의존한다. 순복음교회라면 할 수 있다.

"소금이 맛을 내지 못하면 썩어 던질 것이오"

이렇게만 된다면, '기독교 정당'의 인적 구성은 완료가 된다. 또 진보세력 눈치를 적잖이 보는 기회주의적 한나라당의 행태와도 차별화함으로써, 진성 수구세력의 선명한 대변자로서 자리하게 된다.

필자는 언제든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종교인의 본령에는 이 시대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과 삶을 보듬는 것이 포함돼 있다. 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정치에 참여하겠다면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또 다른 권력을 쥐기 위해 자파의 세와 인력, 금전을 빌리겠다는 종교인이 있다면, 그 분은 집에서 성경을 묵상하면서 내면의 경건을 일깨우도록 잘 타일러야 한다.

정계에 입문하려면 성직을 내놓아라

나라가 걱정돼, 도저히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던 목사들. 그들이 정치라는 이름으로 다시 결집한다는 것에 대해 필자는 그리 이채롭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땅히 그들이 도달하려 했던 길을 차질없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그들이 강변하는 동기의 순수성을 털끝만치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장본인들이 정계로 크로스오버를 한다는 것. 단지 이것일 뿐이다.

성경은 신자들에게 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라고 한다. 음식의 맛을 내고, 또 세상 속의 빛이 되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맛은 커녕 음식을 썩게 만들고, 빛은 커녕 세상을 어둡게 만든다면 버려 던지워야 하는 것이 성경의 이치이다. 신앙인의 한 사람인 기자는 그것을 교회 내부의 구성원이 아닌 유권자들이 맡아서 담당해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그러나 4.15 이후 이들이 다시 성직자의 옷을 입고 한국교회에 다시 나타날 때에는 그 때에는 정말 퇴출 운동을 제대로 할 것임을 경고한다. 정치판에 나섰으면 거기서 죽든 살든 그곳에서 해결하길 바란다. 총선 참패에 따른 호구지책으로 교계쪽에 다시 눈을 돌리는 것은 한국교회는 물론 교회 내 신자대중을 향해 심각한 기만이요, 모욕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발기하신 어른들은 모두 성직을 내놓길 바란다. '안되면 말고'는 없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대표 지도자라고 자임하던 자들이 성직을 안고 정치판에 투신한다는 것은 한국교회의 명예를 안고 도박을 벌이는 것이나 마땅하다.

이제 국민은 '기득권을 버리는 정치'를 갈망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기득권 세력들이 교회의 세를 빌어 정치를 하겠다면 패배는 물론이요, 망신,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더이상 한국교회에 민폐를 끼치지 말길 바란다. 이보다 더한 것을 바라지 않겠다.

김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