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널 부른다(call), 부른다(sing)
▲CCM 가수 이길승. 그의 음악은 담백하고 솔직하다. ⓒ(사진출처 이길승 홈페이지)

이길승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해 11월. 문화쉼터 주최로 창천교회에서 열린 '브릿지콘서트'가 그를 처음 만난 자리였다. 브릿지콘서트에서 그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다시 보기 힘든 명밴드라고 생각하는 '드림'을 통해 간간이 그 이름을 들어오던 터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그의 음악을 직접 들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노래는 담백하지만 강렬했다. 장애를 가진 엄마와 아들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철수 엄마'는 뭐라 형언하기 힘든 감동으로 다가왔다. (철수엄마 듣기)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은 노래에 깊이 몰두하는가 싶더니 주르륵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부른 '아버지'와 '소금과 빛' 역시 범상치 않았다. 그에 대한 소문이 헛것이 아니구나. 강렬한 호기심이 마음을 채웠다.

1월 28일 아침.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그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인천지하철을 탔다. 쌀쌀한 바람이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날씨. 그가 섬기는 교회 뒤편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착한 웃음으로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그의 친절에 녹은 것은 얼었던 손만이 아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 사이에 생기기 마련인 서먹함마저 어느새 사라졌다.

우연히 시작한 음악, 가요계에 뛰어들기까지

▲중학교 때 선물로 받은 기타가 그를 음악으로 인도했다. ⓒ뉴스앤조이 정미나
중학교 때 선물로 받은 기타가 이길승을 음악인생으로 끌어당겼다. 생각지도 않았던 기타가 생겼지만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 워낙 시골이라 기타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기타를 손에 잡았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나도 저렇게 멋지게 노래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시작이었다. 순식간에 노래책에 실려 있는 곡들을 모두 소화했다. 자신 안에 숨어 있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것은 이때였다.

그의 재능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대학 시절. 충북대학교 중창단 '푸른소리'에 가입하면서 작곡을 시작했다. 음악적 지식이 없어 머리에 떠오르는 곡을 악보로 옮기는 것도 벅찼다. 피아노 치는 선배에게 마디를 나누는 것을 배워야 할 정도였다. 대학 시절 80여 곡을 썼다. 자신의 노래가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자 진로를 두고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음악을 취미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업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다. 결국 그는 음악을 직업으로 택했다. 서울에 올라와 데모테이프를 만들고 계약을 맺었다.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음반 준비 작업에 몰두했으나 회사가 갑자기 망했다. 망연자실한 그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같이 녹음실을 쓰며 알게 된 사람들과 인연이 닿아 1996년 말 포크그룹 '좋은친구들'에 보컬로 합류했다.

오래 동안 준비했던 첫 음반이었지만 가요계는 그가 생각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부터 인생의 본질을 찾는 구도자적인 노래를 만들고 노래하던 그였으나, 정작 무대에 서서 부르는 노래는 그가 원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음악을 선택했던 이유가 대학 시절의 고민을 음악을 통해 이어나갈 수 있으리란 희망에서였는데, 막상 활동을 시작하니 깊은 단절이 느껴졌다. 일단 떠야 살아남는 가요판에서 그의 고민과 음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깊은 단절감과 절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우린 서로를 너무 모른다

CCM 가수 이성균과의 만남은 교회음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가스펠을 우습게 여기는 마음이 있었다. 음악적 수준도 그렇고,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가사도 마뜩치 않았다 그러던 그가 이성균을 통해 CCM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이성균 이무하 하덕규 등 교회의 담을 넘어 세상과의 접촉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1997년 '드림'을 만나 활동을 같이 시작했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는 '드림'을 보니 눈이 번쩍 뜨였다. 같이 활동을 하기 위해 대전으로 이사까지 했다. 1998년 드림이 고형원 전도사를 중심으로 예배운동을 펼치는 '부흥'에 합류하면서 부흥과 개인 사역을 병행하며 지금까지 왔다. 그 사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음악을 담아 두 장의 앨범을 발매했다.

가요판에서 CCM으로, 다시 한국 예배음악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부흥'으로. 그의 행보를 두고 '전향'이라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길승의 활동을 유심히 살펴봐도 그렇다. 교회와 세상의 접점을 고민하는 '문화쉼터'와 예배를 중심으로 모인 '부흥'이 그 안에서 공존한다. 그의 행보가 언뜻 보기에 좌우를 넘나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가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념 때문이다.

그는 문화쉼터와 부흥에서 일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예배와 문화운동이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공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영성과 현실성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그는 믿고 있다. 진정한 예배를 통해 사람이 변하는 것도 사실이고, 문화적 접점을 찾아 다가서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지금 계획중인 앨범도 워십앨범과 가요앨범이다.

본질로 돌아가는 것, 노래의 목적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음악의 목적입니다." ⓒ뉴스앤조이 정미나

이야기는 막바지로 흐른다. 자연스럽게 공연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나는 널 부른다.' 평범한 제목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지 않다. 주제를 정하며 그는 '부르다'라는 단어에 담긴 두 가지 의미를 생각했다고 한다. 나를 노래로 생각하고 즐겁게 부르시는 하나님, 그 즐거움을 인해 나를 당신 가까이에 부르시는 하나님. 눈에 콩깍지를 쓴 채 나를 즐거워 노래하시는 하나님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노래의 목적을 "사람들을 본질, 있어야 할 자리로 돌이키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번 콘서트에 왔으면 하는 사람도 '내동댕이쳐진 사람' '막막한 사람' '갈 곳 모르는 사람' '삶을 고민하는 사람' '인생에 대해 알 듯 모를 듯한 사람'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해답이 비록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 아직 답을 찾아 헤매는 중이지만, 방황하고 고민하며 얻은 작은 결론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다. 그 답을 노래하고 싶은 것이다.


공연일정 : 2월 5일(오후 7 : 30) 6일(오후 7 : 30) 7일(오후 5 : 00)
공연장소 : 서울 대학로 이화사거리 정림빌딩 지하2층 나들목문화홀
공연문의 : 문화쉼터 02-363-8630 / 이길승 홈페이지
(http://victor.swim.org/)
게스트 : 동물원 홍순관 장윤영 하덕규 김도현 옥합 송정미 강명식 조준모 한웅재

▲이길승 1집 'The Answer' 2집 '아버지'. ⓒ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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