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KWMA,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1월 29일 '재한동포와 외국인근로자 처우 개선 및 선교협력 정책 개발 공청회'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최소란

재외동포법 개정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는 서경석 목사(조선족교회)와 임광빈 목사(조선족복지선교센터 소장)가 만났다. 서경석 목사와 임광빈 목사는 '재한 중국동포와 외국인근로자 처우 개선 및 선교협력 정책 개발'을 주제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한기총), 한국세계선교협의회(대표회장 박종순·KWMA),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KEF)가 1월 29일 종로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조선족문제 해법에 대한 뚜렷한 견해차를 재확인했다.

이번 공청회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지난 1월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열려 많은 중국동포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해성 목사·서경석 목사·임광빈 목사가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세 목사가 각각 사역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의집·조선족교회·조선족복지센터 등 조선족동포 200여 명이 자리를 메웠다.

▲김해성 목사. ⓒ뉴스앤조이 최소란

서경석 목사와 김해성·임광빈 목사는 재외동포법 개정과 재중동포 입국 문제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섰다. 김·임 목사는 "재외동포법을 평등하게 개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서 목사는 재외동포법 개정의 한계점을 제시하며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 운동' 등 다른 대안들을 나열하는데 주력했다.

서경석 목사는 이미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2004년 1월 17일)를 통해 "재외동포법 개정만이 조선족동포 문제 해결을 위한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서 목사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해 법무부가 공포한 '재외동포법시행령개정령'과 비교해 설명문구 한 줄만 첨가됐을 뿐 동일하다"고 지적하며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재외동포법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 목사는 '서 목사가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것 같다'는 말로 반론을 시작했다. 임 목사는 "현행 재외동포법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으며, 법무부가 지난 해 11월 공포한 재외동포법시행령개정령 또한 모(母)법 규정의 폐지에 따라 당연히 폐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재외동포법시행령개정령은 법률 자체의 개정을 주문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 목사는 "법무부 황영석 검사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정에 대해 한 연구관의 개인적 소견에 불과하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며 비판을 가했다.

▲서경석 목사. ⓒ뉴스앤조이 최소란

임 목사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과거 재외동포법이 정부수립 이후 이주동포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정부수립 이전 이주동포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했다"고 지적하며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목사는 "정부가 재외동포법 개정은 제쳐두고 대신 새로운 비자 만드는 일을 시작하고 있다"면서 "종교계와 시민단체가 재외동포법에만 집착하지 말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새로운 비자 계획'이 잘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중동포 입국문제를 놓고서도 양 측의 대립은 매우 첨예했다. 서 목사는 "국적포기운동을 생각해 낸 것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국적포기운동은 조선족동포 문제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중에 나온 기획안이었다"면서 "실제로 하지도 않았는데 언론이 국적포기운동을 비난하면서 자꾸 들춰낸 게 문제였다"고 언론에 탓을 돌렸다. 또 "이 운동의 결과로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서 더 살 수 있게 되었고 여러 제도의 변화도 가능하게 되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이어서 서 목사는 최근 벌이고 있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 운동'에 대해서도 "이 운동이 중국에서 조선족동포들의 입지를 넓혀준다"고 강조했다.

김해성 목사는 "서 목사가 앞 뒤 얘기가 자꾸 달라진다"면서 "서 목사는 국적포기운동으로 조선족동포에 대해 오해를 사게 한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서경석 목사가 벌이는 '중국국적 포기→한국국적 회복→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로 이어진 운동'에 대해 △한·중간의 마찰, △조선족사회에 대한 중국정부의 장기적인 탄압 조치, △조선족 자치주의 급속한 해체와 포기를 야기시킬 극단적인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임광빈 목사. ⓒ뉴스앤조이 최소란

서 목사는 "국적포기운동으로 인해 재중동포들에 대한 탄압이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우'라고 일축했다. 서 목사는 "우리교회 조선족동포들 중 반이 현재 중국으로 건너갔는데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는 이메일만 받았을 뿐이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중국에는 재외동포법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을 놓고 반대할 수 있지만, 국적회복운동은 중국정부가 표면상 반대할 명분이 없다"면서 재외동포법 개정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간의 열띤 공방이 오가는 사이 청중석에서 앉은 조선족동포들은 토론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서경석 목사가 "국적포기운동은 실수였다"고 말하자 다음 말이 나오기도 전에 청중석이 술렁거렸다. 서경석 목사는 발표를 멈추고 "이런 식으로 하면, 저도 저희 조선족교회에서 100명 동원할 수 있습니다. 오늘 20명밖에 안 왔는데, 교인 수가 20명밖에 안돼서 이렇게 나온 게 아닙니다"며 청중들을 향해 엄포를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