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논란의 대상이 됐던 한국기독당(기독당·상임대표 최수환)이 드디어 출항을 선포했다. 기독당은 3월 2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최수환 장로(새문안교회)를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상임대표고문에는 김준곤 목사, 상임고문에는 김기수 김동권 김소영 박영률 신신묵 조용기 최병두 목사가 선출되었다.

1,0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총 4부로 나뉘어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대회에는 시종 총선 승리를 자신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났다. 1부 예배 설교를 한 김준곤 목사는 "교인들에게 기독당을 찍지 말라고 할 목사는 없다"며 "기도하고 표를 모으면 기독당이 제1당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희망이 없는 한국정치에 기독당이 새로운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기독당 참여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조용기 목사는 적극 참여 입장을 드러냈다. 조 목사는 격려사에서 "지금 한국사회는 강도 당한 사마리아인 같다"며 "교회가 이를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면 역사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창당대회에는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서울 노원(병)에서 공천 탈락한 조웅규 의원이 기독당 입당 의사를 밝혀 주목을 끌기도 했다.

조용기 목사 적극 참여 '눈에 띄네'

무용과 시낭송 등으로 꾸며진 식전행사 후반부에는 어른과 어린이가 촛불과 소금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사회자는 이 행진의 의미를 "기독인이 분연히 일어나 부패한 정치를 복음화해야 한다"는 말로 설명했다. "소금처럼 온 몸을 던져 한국을 지키겠다"는 다짐도 나왔다. '정치권 복음화' '한국기독당' 구호와 함께 식전행사는 막을 내렸다.

1부 예배 사회를 맡은 최병두 목사는 이날 예배의 의미를 “기독교 120년 역사상 처음으로 의미 있는 예배”라고 평가했다. 기도를 한 김동권 목사는 “조용히 엎드려 기도하던 종들이 모여 예배드리니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주소서”라고 간절히 구했다.

  
▲김준곤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어 ‘하나님을 우리 민족의 주님으로 삼는 나라’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준곤 목사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1620년 10월 27일 청교도를 실은 배가 미국에 도착하면서부터 미국 역사가 시작되었다”며 “그 결과 미국은 화폐 안에 ‘In God We Trust'라는 문구를 새기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으며 세계 패권을 쥔 나라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독당 탄생에 대해 “교회사 민족사 정신사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가 극에 달해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한국사회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태어나야 한다”고 기독당 창당에 의미를 부여했다.

기독당에 대한 일반인의 냉담한 반응을 고백한 발언도 관심을 모았다. 김 목사는 “어디를 가도 영하 20도”라며 “나를 만나지도 보지도 않으려 한다. 이단 쳐다보듯 한다”고 토로했다. 김 목사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신령한 사람은 정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은 악마의 계략”이라며 “지금 사탄이 정치를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그는 한국사회를 바꾸기 위한 유일한 희망이 교회에 있음을 강조하며 “좌익이 나와서 한국정치 70%를 장악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독의원들에 대한 질타도 빠지지 않았다. 김 목사는 “지역구도와 부패를 깨기 위해 기독의원들이 손을 잡고 기도했으면 한국정치가 변했을 것”이라며 “교회가 예산을 세워 정치권복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준곤 목사는 “교회 안에 굉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며 “교인들이 배에 올라온 해적을 무찌르듯이 정치악을 향해 총(표)을 쏜다면 기독당이 제1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번 기독당을 찍으면 영원히 기독당을 찍을 것이라는 독특한 분석도 나왔다.

힘에 대한 강조도 중요한 핵심이었다. 김준곤 목사는 “정치는 힘이 있어야 한다”며 “내 손 안의 표가 곧 힘이고 힘이 있으면 세상은 변한다”고 외쳤다. 김 목사는 “기독당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소환할 것이다”며 “기독당으로 인해 교회가 부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독교를 표방한 정당이 생기면 다른 종교와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김 목사는 “염려 마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는 “한국에서 종교 때문에 싸운 일이 없다”며 “절대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겸손하고 사랑 많은 사람이 당선될 것이다. 나쁜 사람이 되면 나라도 끌어내릴 것이다”고 호언했다.

  
▲김준곤 목사가 설교를 마치고 자리에 앉자 조용기 목사는 김 목사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한국정치, 사탄이 장악하고 있다

  
▲'할렐루야'를 외치며 당기를 흔드는 신신묵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김준곤 목사의 설교가 끝나고 박영률 목사의 광고가 이어졌다. 박 목사는 조용기 신신묵 김소영 목사를 특별히 거론하며 감사를 표했다. 김성영 성결대 총장과 노승숙 <국민일보> 사장이 내빈으로 소개됐다. 길자연 백도웅 목사가 화환을 보내온 사실도 광고했다.

2시 50분에 시작된 3부 창당대회는 대의원 925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김기수 목사를 대신해 신신묵 목사가 창당대회 사회를 맡았다. 기수로부터 당기(黨旗)를 건네 받은 신 목사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깃발을 5∼6 차례 흔들었다. 국민의례를 마친 참가자들은 순국선열과 순교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박영률 목사의 경과보고를 들었다.

  
▲김준곤 조용기 목사가 상임대표로 선출된 최수환 장로에게 당기와 스톨을 건네고 있다.ⓒ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어 일부 수정된 당헌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당 상임대표로 최수환 장로가 박수로 선출됐다. 최 장로는 꽃다발과 함께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축가를 들으며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준곤 조용기 목사는 당기와 기독당 마크가 새겨진 스톨을 최수환 상임대표에게 건넸고 최 대표는 기를 흔들며 ‘한국기독당’을 연호했다.

  
▲최수환 상임대표. ⓒ뉴스앤조이 신철민  


최수환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우리나라에 복음이 전파된 이후 150년만에 기독교정당이 생기게 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요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기독당의 방향에 대해 △헌법 준수 △국민 삶 향상 △자유민주주 이념 수호 △한미동맹 강화 △국민화합 △국민통합 등을 내걸었다. 최 대표는 기독당의 방향을 ‘건강한 보수’로 규정하며 “4·15 선거에서 기독당에 표를 모아달라. 빛과 소금이 되도록 기도해달라”는 부탁을 마지막으로 소감을 마무리했다.

최 대표의 소감에 이어 상임고문 추대가 이어졌다. 최 대표의 안건 상정이 끝나기 무섭게 대의원 한 명이 나와 “상임대표에게 위임하자”고 제청했다. 이 의견은 곧장 받아들여져서 그 자리에서 상임대표고문 김준곤 목사, 상임고문 김기수 김동권 김소영 박영률 신신묵 조용기 최병두 목사가 선출됐다.

정강·정책 역시 한 대의원의 제안을 받아들여 만장일치로 원안대로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상임집행위원 선출은 상임대표단과 창당준비위 상임위원에게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창당대회 발언자는 미리 맨 앞자리에 대기하고 있다가 순서가 되면 질서정연하게 나가 발언을 했으며 단 한 번의 이견이나 반대 없이 모든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창당대회 전경.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어서 민승 목사가 창당선언문을 낭독했다. 민 목사는 창당선언문에서 “부패의 상징이 된 정치의 근본적 변혁을 주도하여 위기 극복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고 신앙과 양심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대안 세력이 될 것을 선언한다”고 밝히고 “정치 개혁의 선두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만세를 부르는 참가자들. ⓒ뉴스앤조이 신철민  

선언문 낭독에 이어 참가자들은 구호 제창과 만세삼창을 했다. ‘복음화로 구국을’ ‘사랑으로 통일을’ ‘미래를 주님에게’가 이들이 내세운 구호였다. 만세삼창은 순서지에 나와 있는 문구와는 다르게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한미동맹’ ‘한국기독당’ 이름으로 외쳤다. 순서지에는 ‘자유민주주의 한미동맹’ 구호 대신 ‘17대 총선 승리’가 제시되어 있었다.

반대·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

4부 축하의 시간에 격려사를 한 조용기 목사는 ‘기독당에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독당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조 목사는 “많은 사람들이 왜 정치에 참여하느냐고 질문한다”면서 “지금 한국이 미증유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기독인이 천국만 말하면서 사회에는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용기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조 목사는 강도 만난 사마리아인 이야기를 예로 들며 “지금 한국사회가 강도 당한 상황인데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이를 그냥 지나간다면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며 “빛은 어두운 곳에 필요하고 소금은 썩은 곳에 필요하다. 가장 어둡고 썩어 있는 정치에 기독인이 가야한다”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조용기 목사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역사가 오늘을 크게 기록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교회가 자선사업을 벗어나 사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로 격려사를 맺었다. 조 목사는 발언 도중 수 차례나 박수를 받았고 참가자들 가운데는 조 목사의 말에 ‘아멘’ ‘할렐루야’로 화답하는 사람도 많았다.

  
▲김소영 목사. ⓒ뉴스앤조이 신철민  

이어서 축사를 한 김소영 목사는 자신을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에 KNCC 총무를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정치권복음화라는 말에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군대, 근로자, 경찰, 학원은 복음화에 성공했지만 정치권은 복음화 되지 않았다”며 “정치권 복음화를 위해 나도 나섰다. 모두 일어나자”고 포효했다.

대회는 김 목사의 축사에 이어 독일 기민당 당수 알글라 메르켈의 축하문을 이기영 박사가 대독하고 비전스타트 행사를 갖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창당대회가 모두 마친 후에는 기독당 관계자들이 주최한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