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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높은 산에 오르라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는 찡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중 꽤 유명한 작곡가 였었다는 F의 얘기는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자리를 트고 있다. 어느 날 F는 한 방의 프랭클에게 다가왔다. '어제 이상한 꿈을 꾸었지요. 누군가가 알고 싶은 소원을 말하라고 하는 거에요. 무엇이든지 알려줄 수 있다고. 그래서 우리가 수용소에서 언제 석방될 수 있는지 물었죠' '그래 꿈속에서 대답을 줍디까?' F는 프랭클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45년 3월 30일 이래요.' 그 후 F는 매우 쾌활하게 수용소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힘든 일도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날짜가 가까이 와도 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3월 29일 F는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3월 30일 그는 고열에 시달리며 헛소리를 냈다. 3월 31일 그는 죽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결국 죽음을 불렀다. '왜 사는지만 안다면, 어떻게든 살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은 의미가 있다. 왜 지금 고난 받고 있는지를 분명히 안다면,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 나의 앞날을 알 수만 있다면.... 사실 F가 한달 뒤를 타임머신을 타고 갔다 왔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 그가 죽은 다음달 30일에 2차대전의 원흉 히틀러가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자살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20세기만을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말할 수 없다. 인류 역사에 확실성 있는 시대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문제만 해도 그렇다. 석학들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프린스턴의 쿠르그먼과 하바드의 그레고리는 현 경제문제의 해법을 정 반대로 제시하고 있다. 열어야 한다는 말인가? 닫아야 한다는 말인가? 바닥을 쳤다는 얘긴가? 아직 멀었다는 얘긴가? 미래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알 수 없나?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고난 당하고 죽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자 깜짝 놀랐다. '능력 많으신 우리 선생님이 그렇게 돌아가실 수는 없을텐데.' 수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따로 불러 책망을 했다. 며칠후 예수님은 몇몇 제자들을 따로 불러 높은 산으로 올라가셨다. 거기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셨다. 그 입으신 옷이 얼마나 희어졌는지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영광된 모습이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장래 모습을 보여주셨다. 고난이 본 모습이 아니라는 것. 미래의 영광된 모습이 있다는 것! 만약 당신의 영광된 장래 모습을 보았다면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 정말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가지 중요한 힌트가 예수님 변형 사건에 나온다. "높은 산"에 올라갔다는 것. 그 산이 다볼산이냐, 헤르몬 산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영적 의미가 더 크다. 높은 산은 영적인 고지를 상징한다. 세상과 떨어진 곳, 홀로 있는 깊은 곳이다. 때때로 우리에겐 그런 장소,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우린 너무 산 아래에서 아웅다웅거리며 산다. 마치 땅만 내려보며 열심히 모이를 쪼아대는 병아리들처럼. 그러다 더 이상 쫄 것이 없으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보다 강한 녀석이 내 영역에서 들어오면 숨이 가빠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이제 어째야 하는 거지? 도망가? 받아버려?

때때로 높은 산에 오르라. 당신 미래를 모두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지금 당면한 한가지 문제에 몰두하면 그 문제의 미래가 보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일년에 두 번, 한번에 일주일씩 외딴 별장에서 보낸다. 휴가 차 쉬러 가는 것이 아니다. 한 주간 동안 아무런 장애 없이 집중적인 사고를 하는 '생각 주간 Think Week'을 갖기 위해서다. 산처럼 딱 버티고 서있던 현재의 문제. 그런데 높은 산에 올라가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가운데 미래가 보인다. 해결점이 생기는 것. 빌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들이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라면 집중 기도 계획을 세워보라고 권하고 싶다. 높은 산에서 그 고통의 문제를 갖고 기도하다 보면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미래가 열리기 시작한다. 그 미래가 보이면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살라. 김춘근 박사는 급성 간경화로 사경을 헤메고 있었다. 그때 LA의 빅베어 마운튼의 한 산장에 올라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있을 때 자신의 미래가 열리는 체험을 한다. '내려가서 한국인 2세들을 깨우는 일을 하라'는 음성을 듣는다. 곧 그의 몸은 상쾌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십만명의 한국인 2세들을 각성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작년 필라 집회에는 2만명의 젊은이들이 각지에서 몰려왔다.
당신의 높은 산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