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데가 있으면 강해진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쿵캉거리며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아빠, 예수님 무덤이 발견됐데요. 지금 막 TV에 나왔어요." 아마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 뉴스를 들었던 게다. "성경에는 예수님이 부활하셨기 때문에 빈 무덤이라고 써 있잖아요. 그런데 무덤이 발견되었으면 성경은 꾸며낸 예긴가요? 이제 교회는 문 닫아야 하나요?" 아들은 아빠가 직장이 없어질 것이 걱정이 되는지(?) 꽤 흥분해 있었다. 허긴 카메룬의 기자회견에 몰린 300여명의 기자 중 교회의 앞날을 걱정하며 질문하는 기자도 있었으니 예수 무덤 발견은 꽤 충격적인 소식이다.

  예수 가족 무덤이라고 칭해지는 이 무덤은 이미 1980년에 예루살렘 남쪽의 탈피오트에서 발견되었다. 이때 10개의 유골함들이 발견되었는데 이 관에는 '요셉의 아들 예수' '마리아' '예수의 아들 유다' '마태오' 등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이름들이 줄줄이 나온다. 사실 발견 당시 이 무덤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요셉, 예수, 유다 라는 이름은 2천년전 유대인들에게 너무나 흔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여자들의 25%가 마리아라는 이름을 썼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의 제작자들은 마치 추리소설을 써나가듯 이 무덤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예수의 DNA와 마리아의 DNA가 일치하지 않은 것을 보고 흥분한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의 주장처럼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부부인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 기자들은 그렇다면 예수의 DNA와 그 아들 유다의 DNA는 일치하는가 추궁했다. 그러나 제작진들은 어물어물 넘어갔다. 이 무덤을 처음 발견한 아모스 클로너 교수는 "이미 96년 BBC가 비슷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송했을 때 학계의 반응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벌이에는 좋은 소재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아들에게 물었다. "정말 예수님의 시체가 있었다고 하자. 네가 만일 예수님 제자라면 예수님이 부활했다고 말하고 다니면서 그 시체를 어디다 치우겠니? 사람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곳에 이름까지 써서 넣어 두겠니?" "아니요. 그런 바보가 어디 있어요. 깊은 산 속에 묻거나 아니면 이름을 쓰지 않고 암호로 표시해서 제자들만 알 수 있도록 하겠어요." "그래 맞다. 또 하나, 예수님 제자들이 돌아다니며 반복해서 한 말이 있었어.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 유대인들이 이 말을 하면 죽이려고 하는 데도 왜 제자들은 부활하셨다는 말을 반복하며 다녔을까? 그건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야.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죽음이 두렵지 않았던 거야. 부활이 거짓말이라면 어떻게 한 사람도 아니고 모든 제자들이 이 말에 목숨까지 걸 수 있었겠니." 그제서야 아들은 안심이 되는 듯 제 자리로 돌아갔다.

  아들이 나간 후 수년 전 로마에서 본 한 그림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예수님의 제자 베드로가 십자가에 달리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베드로는 머리를 땅으로 향하여 물구나무서듯 십자가에 달렸다. 베드로 뿐 아니라 제자들은 끔찍한 순교를 당하지 않고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그들이 순교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믿음 때문이었다. 그들의 믿음은 이론이 아니었다. 생명이었다. 아니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었다. 목숨까지 던질 수 있는 믿음을 가진 사람은 축복된 사람이다.  

  사람은 무언가 믿는 게 있어야 한다.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당하다. 자신 있게 자신을 삶을 살아간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의 주역인 김인식 감독은 작년 한국 야구의 주인공이었다. 이끄는 팀마다 승승장구했다. 흔히 김인식 감독의 야구를 '믿음의 야구'이라고 부른다.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믿고 경기에 임한다. 김인식 감독은 교회 다니던 부인을 말릴 정도로 불신자였다. 그러던 그가 2004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후 자신의 연약함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그의 믿음은 이 깨달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기 자신보다 강한 존재를 인식하고 믿기 시작함으로 그는 이전보다 더욱 강해졌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 예선 국가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배 김경문 감독에게도 믿음의 메시지를 보냈다. "일본과 대만이 세다고 하지만 뭐 별다를 게 있어? 그냥 붙으면 되는 거지. 선뜻 무거운 짐을 짊어진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아. 내가 아는 김경문은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의 사람은 믿음의 말을 하며 산다.
  당신은 무엇을 믿으며 사는가?



행2:32   3/1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