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선수는 다부진 몸집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녔다. 인상과는 달리 성격은 소탈하고 말도 구수하다. 1996년 준우승만 4차례 거듭하던 최경주 선수가 드디어 한국 오픈에서 우승했다. 우승 인터뷰에서 최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방구가 잦으면 똥이 나오는 법입니다."

며칠 뒤 또 다른 인터뷰에서 최 선수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지난 방송에 적절치 않은 말을 써서 죄송합니다.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로 정정하겠습니다."

최 선수가 PGA 통산 4번째 우승을 했다. 아시안으로서 처음이다. 경기가 벌어진 플로리다에서 곧장 텍사스 휴스턴에 있는 집으로 날아가 자축한 뒤 최경주 선수가 제일 먼저 한 것은 부엌 설거지. 아내가 깜짝 놀라 말했다. "아니 최고 선수가 뭐하는 거야?" "최고는 밥 안 먹냐?"

최경주 선수가 2000년 미국에 진출했을 때 동양에서 온 까무잡잡한 사나이를 거들떠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외롭게 연습에 매진했다. 손은 덜 굳은 아스팔트 위로 차들이 지났가면 생기는 어지러운 자국들로 가득했다. 손바닥이 터지도록 연습했고 터진 손바닥이 아물기도 전 다시 연습했다. 하루 평균 1000개의 공을 쳤다. 최 선수는 PGA선수들 중 대표적인 연습 벌레로 알려져 있다.

무른 사람이 무언가 성취하는 법은 없다. 남에게는 양처럼 순할지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악당이 되어 철저히 훈련하는 사람들이 결국 꿈을 이룬다.

'천국은 침노를 당하나니 침노하는 자는 빼앗느니라.' 천국은 기독교인들의 최종 목표이다. 교회에서 천국은 믿음으로 들어가는 곳이라 가르친다. 그런데 예수는 침노하는 자가 천국을 빼앗는다고 말한다. 성경의 난해한 구절 중 하나이다.

'천국은 뺏는 것'이라고 말한 예수. 그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들어가는 것과 빼앗는 것은 다르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빼앗는 것은 강한 자가 아니면 안된다. 어설픈 신앙은 버리고 강하게 제대로 신앙 생활하라는 주문 아니겠는가. 침노하는 자 강한 자 적극적인 자 열정적인 자가 되라는 뜻이다.

어릴 적 나는 여기저기서 얻어맞고 다니던 숫기 없는 아이였다. 아빠가 조그만 장난감 자동차를 사주셨다. 학교에 가지고 가자 힘센 아이에게 빼앗겼다. 울면서 달라고 하니 그 녀석은 오히려 나를 때렸다. 결국 빼앗기고 말았다. 집에 와서 일기장에 시를 썼다.

'나는/ 내 장난감을/ 아무도 못 만지게 할테야/ 나는/ 어른이 되어도/ 내 장난감은/ 아무도 못 만지게 할테야.' 이 시는 그 당시 어느 잡지에 실려 아동문학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시가 아니라 힘없는 아이의 눈물이었다.

강하지 않으면 가진 것도 빼앗긴다. 어떻게 강자가 될 수 있을까. 작은 유혹을 물리치기 시작하면 점점 강해진다.

베스트셀러 '마시멜로우 이야기'에 소개된 글이다. 4세 아이들 600명 앞에 달콤한 마시멜로우를 놓았다. 눈 앞의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15분을 참으면 5개를 더 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참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나 15분을 참고 기다린 아이들도 있었다. 참을성 있는 아이들을 10년 후 다시 조사해 보니 학업 성취도 대인관계에서도 뛰어나더라는 것이다.

유혹은 마시멜로우처럼 달콤하다. 그러나 그 유혹을 이기는 훈련을 시작하면 강해진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피우던 담배를 잊자. 저녁 꼭 한잔 해야하던 소주방을 잊자. 저녁 먹으며 꼭 2개씩 보던 드라마도 잊자.

프랑스는 처음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임명을 원하지 않았다. 불어에 능통한 사람을 밀어줄 계획이었다. 반기문씨는 바쁜 일정 중에서 하루 4시간씩 불어 공부를 하며 마시멜로우를 멀리했다. 지금은 불어권 국가 정상과 불어로 대화하고 연설도 불어로 한다. 강한 자는 결국 꿈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