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문화

  김미현은 156Cm의 단신. 그래서 '수퍼 땅콩'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단신이기 때문에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우승하려면 체력 소모가 적은 3라운드에서 해야 하며 연장전은 피해야한다. 뒷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16일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우스 골프장에서 열린 LPGA에서 연장 접전 끝에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대회에서 박세리가 4위, 임성아 6위를 기록하면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을 또 한번 과시했다.

  지난 달 AP통신은 미국 LPGA를 초강세로 휩쓸고 다니는 한국 여자 프로 골프 선수들을 분석했다. LPGA 투어 한국선수는 32명이며 2부 투어에서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만도 35명이 대기하고 있다. AP 통신은 한국 여자 선수들의 선전 이유를 "강인한 정신력과 의욕과 엄청난 훈련"을 꼽았다. 또한 한국 특유의 "올인 문화"를 언급했다. 한가지 목표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선수와 부모들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것.

  정말 한국인에게는 운동뿐 아니라, 정치, 문화, 사업, 입시... 다방면에서 '올인 문화'를 보여준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타협하기 힘들고 다른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올인 문화의 장점을 생각하자면 한국인에게는 뛰어난 집중력이 있다는 것이다. 골프나 양궁 같은 운동은 뛰어다니면서 하는 운동이 아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이런 스포츠에서 한국 여자들이 세계 으뜸이 되었다는 것은 그들의 집중력이 탁월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2,500년 간 993번 외세 침략을 받았다는 한반도에서 여성들은 타국의 여성보다도 삶에 대한 집중력이 훈련된 것인가? 그리고 그 인자가 그들 후손 가운데 유전된 것인가?

  인생에서 승리하는 사람들, 고통과 멸망과 죽음에서 일어서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돌파력은 결국 집중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볼록렌즈로 종이를 뚫으려면 햇볕을 한 곳 초점에 모아야 한다. 초점 이 맞추어져 있지 않으면 10년을 들고 있어도 종이는 타지 않는다. 대니엘 골맨 박사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조사하면서 그들의 뛰어난 학습 결과는 머리에 있지 않고 집중력에 있다고 말한다. 똑같은 1시간의 수학 시간이 그들은 언제 지나가는 줄 모르게 집중한다는 것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10년을 미국에 살아도 영어로 대화가 힘들다. 그러나 영어에 집중하면 1년이 채 안 되도 영어로 공부하고, 사업하고, 일을 한다.

  12년을 혈루증으로 고생하던 여인이 있었다. 12년 간 피가 조금씩 조금씩 몸밖으로 빠져나가는 병. 그는 많은 의원을 만났지만 고치지 못하고 재산만 날렸다. 어느 날 소문으로만 듣던 예수가 자기 동네를 지나간다는 말을 듣고 생각했다.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내 병이 날 것이다." 그러나 예수께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큰 무리가 예수를 에워싸 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부분이 남정네들이었을 터인데. 예수는 그 당시 어떤 연예인보다 인기 있었던 수퍼 스타가 아니었겠는가? 그러나 이 여인은 믿음을 갖고 예수께 접근하기 시작한다. 힘들고 지쳤지만 계속 접근했다. 이마엔 땀이 나고, 눈에는 눈물이 흘렀지만 군중을 뚫고 한 사람, 두 사람 헤쳐나갔다. 드디어 예수의 옷자락을 만졌다. 그 순간 병이 나은 것을 깨달았다. 예수께서 뒤를 돌아보시고 말씀하신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마가복음6:34). 이 여인은 놀라운 믿음의 집중력을 보여준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서 '터치'하는 믿음. 믿음의 집중력은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게 한다.

  집중력을 방해하는 한가지 요소는 부정적 감정이다. '기분 나빠'. 기분 나쁘면 정신은 분산된다. 월드컵 결승전은 프랑스와 이태리의 한치 양보 없는 백중지세의 게임이었다.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려는 지단은 게임을 풀어가려고 안감 힘을 썼다. 그때 이탈리아의 마태라치가 고의적으로 지단의 엄마와 누나를 욕했다. 지단은 화나고 기분 나빴다. 마태라치가 노린 건 그것이었다. 지단은 '기분 나뻐'하는 대신 볼에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참지 못하고 마태라치를 받아버렸다. 10분만 있으면 경기는 끝나는데 지단은 퇴장을 당했다. 결국 게임은 이탈리아의 승리로 끝났다. 300-400명의 갤러리들은 일방적으로 미국의 내털리 걸비스를 응원했지만 전혀 흔들림이 없이 골프 공에 집중할 수 있었던 수퍼 땅콩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당신이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