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원칙이 있는가?  

  미국 이민의 삶을 보면 다민족 마라톤 경주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마라톤이라기 보다는 릴레이가 더 적당한 표현일까? 수 백년이 지나도 각 민족은 각 민족의 색깔을 가지고 미국에서 살아간다. 한국 이민사회가 더욱 성숙하려면 우리보다 앞선 이민사회를 배우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민족 벤치 마킹이라고나 할까?

  좀 얄밉게 보일 때도 있지만 우리가 유심히 살펴봐야 할 민족이 유대 민족이다. 얼마 전 SBS 스페셜(9/26/05)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유대인의 미국'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보다 우리 이민자들이 꼭 보아야 할 프로그램이다. 미국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한 유대인들이 어떻게 미국 경제, 언론, 정치, 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우리는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특히 우리가 사는 뉴욕, 뉴져지에는 가장 많은 유대인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어떤 한국 사람보다도 많은 셈이다.

  민주당의 고어와 공화당의 부시가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고어 후보는 유대계 죠셉 리버만 상원위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었다. 공화당에게 19%나 뒤졌던 민주당 진영은 리버만 지명 이후 점차 그 차이가 좁혀졌다.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부시 후보 보다 50만표나 더 얻었다. 미국의 복잡한 선거제도 때문에 결국 이기고도 진 선거가 됐지만 소수민족으로 유대인의 빵떡 모자를 쓰고 미국 주류 사회에서 당당히 일하고 있는 유대인 리버만의 모습이 조금은 부러워 보이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부통령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도 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소수 민족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스라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이 수천 년 간 세계 각국으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들의 무엇을 보고 배워야 할까?

  나는 그들이 갖고 있는 삶의 원칙을 생각해본다. 그들은 원칙대로 살려고 애쓰는 민족이다. 수천 년 된 율법이 여전히 그들 공동체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법이 있으니까 되는 대로 살지 않는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기분대로 산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그들은 수천 년 동안 뼈져리게 경험했다. 법이 없는 삶은 처음에는 자유로운 것 같고, 보다 빨리 나가는 것 같다. 남보다 더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엔 법이 있는 삶에 뒤지게 마련이다.

  지금으로부터 3,500년경에 모세는 자기 백성들에게 외쳤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는 우리의 하나님이시오, 주는 오직 한 분뿐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의 하나님을 사랑하여라.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하는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언제든지 가르쳐라. 또 너희는 그것을 손에 매어 표로 삼고, 이마에 붙여 기호로 삼아라.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서 붙여라"(신명기6:4-9). 그들은 아직도 이 삶의 원칙을 가르치고,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맨하탄에 있는 세계 다이아몬드 협회는 90%가 유대인 회원. 그 건물 안에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나는 그 건물 한 가운데에 유대인 회당 시내고그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3,500년 전의 모세 율법은 다이아몬드를 거래하는 유대 상인들에게 아직도 삶의 원칙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삶의 원칙이 없는 사람들, 또는 원칙과 법은 있지만 무시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집시 민족을 아는가? 저들은 법이 없는 민족이다.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 민족이다. 그러므로 집시 문화는 대게 먹고, 놀고, 도둑질하고, 점치고, 손금보고... 이런 것들로 대표된다. 맨하탄 거리를 다녀보면 점치고 손금보는 곳이 꽤 많이 있는데 대부분 집시 민족들이다. 저들은 민족은 있지만 아직까지도 나라가 없이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세계의 방랑민족이 되었다.

  우리 한국 이민자들에겐 꼭 지켜야 할 어떤 규칙, 어떤 법이 있는가? 복잡한 이민 사회에서 당신의 삶을 이끄는 분명한 원칙은 무엇인가? 내가 손해를 본다 할지라도 꼭 붙잡고 있는 절대적인 삶의 원칙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