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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 더 중요, 가장 중요

고등학교 때 점심 시간이 되면 운동장 뒤편에 쭉 늘어서 있는 철봉 틀은 만원이었다. 저마다 한번씩 매달려 체력을 단련했다. 나도 가끔 철봉 틀에 매달려 보았다. 한번은 철봉에서 내려와 보니 모래밭에 100원짜리 동전 몇 개가 떨어진 것이 보였다. 호주머니에 있었던 동전이 철봉 틀 돌 때 떨어진 것. 그 다음부터 한동안 철봉 틀에 가면 모래밭을 뒤지며 동전을 찾았다. 얼마 후 '내가 뭐하고 있는 건가'하는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몸이라도 단련시켰다면 더 든든하고 볼 품 있는 육체가 되었을 텐데....

중요한 게 있고, 덜 중요한 게 있다. 무언가에 부진한 이유는 대개 덜 중요한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인생을 이렇게 살 때가 많다. 노인이 되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일까?

한 서기관이 예수님께 질문한다. "모든 계명 중에 첫째가 무엇이니이까?" 이 사람의 질문이 귀하다. '첫째가 무언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언가?' 이런 질문은 누구에게나, 어디에서나 중요하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지금 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모든 걸 다 할 순 없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있다. 쳐지는 인생은 급한 일에 초점을 맞추어 산다. 이런 인생을 땜빵 인생이라고 한다. 일생 급한 것만 좇아 다니다 나중에는 인생을 후회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쳐 버렸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룬 사람은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어 산다. 힘들고 어려워도 그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다. 서기관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은 마치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즉각적이다. "첫째는 이것이니 '이스라엘아 들으라 주 곧 우리 하나님은 유일한 주시라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하신 것이요. 둘째는 이것이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하신 것이라. 이에서 더 큰 계명이 없느니라" 사랑! 에릭 프롬은 세상의 문제는 결국 사랑의 문제라고 갈파한다. 가정의 문제, 사회의 문제, 국가 간의 문제는 결국 사랑의 부족 때문에 생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한 교수가 한 그룹의 대학원생들을 빈민가에 보냈다. 12세에서 16세의 소년 200명을 조사하여 그들이 장차 건전한 삶을 살 확률을 예측해 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소년들과 대화하고 환경을 조사하고 자기들 나름대로 최고의 사회적 통계를 냈다. 20년 후 그들 중 90%가 교도소 생활을 할 것이다. 25년 후 또 다른 대학원생들을 그 빈민가에 보내 전에 조사했던 200명의 상태를 추적 조사하게 했다. 200명중 180명을 만날 수 있었는데 교도소에 간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 처음 학생들의 예측이 크게 빗나간 것. 범죄의 온상에서 저들이 훌륭하게 자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 조사하러간 학생들은 저들로부터 한 여선생의 얘기를 들었다. 그 소년들 75%가 어떤 여선생의 영향을 받았던 것. 어렵사리 그 부인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부인은 빈민가에서 어떻게 소년들을 지도하셨나요?" 그 늙은 부인은 곰곰이 회상해 보더니 혼자서 중얼거렸다.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냥 그 소년들을 사랑했었지...."

노인이 되어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일까? 통계 1위는 옆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내놓고 보니까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에 바쁘게 시간과 정력을 쏟으며 살았다. 무슨 중요한 일을 하며 다닌다고 내게 붙여진 사람들을 소홀히 대한 것인가. 바쁜 이민 생활.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녀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그 사이에 나의 배우자, 자녀, 부모는 내 맘속에 외계인처럼 되어버린 지 오래지 않은가. 추석이다. 가족, 친지에게 당신의 사랑을 표현할 좋은 기회다.

삶은 사랑.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는 게 아니다.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계명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