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면 강해진다

여성의 이름 가운데 '한나'라는 이름이 꽤 많다. 유명한 첼리스트 장한나를 비롯하여 내 아내의 이름까지. 상점의 상호로도 많이 사용된다. 한나 프린팅, 한나 커피샵, 한나 사진관.... 그러나 '브닌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 주위에 이런 이름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 두 이름은 성경의 동시대에 나오는 여인의 이름들이다. 한 남자의 아내들이었다. 브닌나는 자식이 있었지만 한나는 자녀가 없었다. 브닌나는 무자녀인 한나를 괴롭혔다. 그 당시 자녀가 없다는 것은 하나님의 저주라고 생각했던 시기. 한나의 고통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더욱 고통스러운 일은 아기 낳는 일은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한나는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하기 시작한다. 아들을 나으면 젖떼자마자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서원을 한다. 정말 한나는 사무엘이라는 아들을 낳았고 서원한대로 어린 나이에 하나님께 드렸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왕국이 탄생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엄마 한나는 계속 자녀를 생산하며 이스라엘의 앞날을 예언하는 여선지자의 역할을 한다. 한나는 자기 앞의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점점 강해졌다. 그러나 브닌나와 그녀의 자녀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도 없다.

인간에게 왜 고통이 있는 것일까? 왜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한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린다. 산 넘어 산. 고통 없는 인생을 살수는 없는 것일까? 없다. 파도 없는 바다가 없는 것처럼 문제없는 인생은 없다. 좀 편해 보려고 장소를 옮기면 잠시는 편해질지 모르지만 또 다른 고통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민은 어떻게 보면 고통을 피해 좀더 편안한 삶을 위해 삶의 자리를 옮기는 것. 그러나 어딜 가든 또 다른 종류의 불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 이민자들은 지금 어떤 문제들, 고통들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까? 물질문제(사업, 직장), 비자문제, 건강문제, 가정문제(배우자, 자녀), 결혼문제, 학교문제, 신앙문제, 관계문제, 진로문제. 더 있겠지만 크게 보아 10가지 정도에 모두 포함되지 않겠는가? 교회 성도님들의 각 문제들을 기도하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모든 문제를 다 가진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축복을 다 누리고 사는 사람도 없다는 것. 물질 문제가 없으면 비자 문제가 있던가. 물질, 비자 문제가 없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던가.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던가. 뭐, 이런 식이다.

86년 봄 뉴욕에 처음 왔을 때는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위의 모든 문제가 다 걸려 있는 듯했다. 앞으로 살길이 깜깜했다. 해법은 전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내가 선택했던 것은 죤스 비치였다. 무녀도의 모화처럼 한없이 바다 가운데 들어가서 내 막막한 인생의 막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방법은 비겁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 이런 태도는 연약한 태도다. 그러고 보니까 나에게는 모든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젊음과 건강이 남아 있었다. 나는 대서양을 바라보면서 문제를 피하지 말고 믿음으로 해결하면서 살아보자고 결심하며 돌아왔다. 그때 그곳에서 하얀 조각 돌을 하나 집어 왔는데 아직까지 갖고 다닌다.

문제는 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결하는데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면 강해진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나중에 축복도 크게된다. 어려운 미분 적분의 수학문제를 많이 풀어본 학생에게 곱하기 나누기는 문제도 아니다.

불체자 신분으로 운전면허를 허락하겠다던 주지사의 공약이 며칠 뒤에 역풍을 만나 뒤집어 졌다. 이에 따라 뉴욕 거주 불체자 동포들은 요즘 롤러 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72%가 반대하는 여론조사를 뒤집을 수 있는 담대한 정치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또한 불체자 고용업주는 일인당 최고 1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여기에 우리 이민자들의 고통이 있다. 20만의 미주 불체자 동포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쉬운 문제도 절망적 자세에서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 쉽지 않은 문제지만 낙관적 자세를 잃지 않으면 반드시 해법이 나온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될 것이다. 인생 죽으라는 법은 없다. 살라고 주어진 인생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