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장수

  1960년대 한국 남자의 평균 수명은 51.1세, 여자는 53.7세였다. 그러나 현재는 남자 75.1세, 여자 81.9세. 각각 20년 이상씩 증가되었다. 획기적인 신장이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자본주의 세계에 속하는 나라의 평균 수명은 매년 증가되고 있다. 올해 낳은 여자 아이 중 1/3은 100세 이상까지 살 전망이다. 뉴져지 버겐 카운티에 사는 아시안계 여아라면 100세 이상 생존 확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지금도 아시안계 고령의 할머니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인간 수명의 임계치라는 120년도 훌쩍 넘어 사는 사람들도 꽤 생겨날 수 있겠다. 불로장생하려 애쓰다 50세에 객지에서 횡사한 진시황이 보면 몹시도 부러울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너도나도 오래 살려고 웰빙을 외쳐대며 평균 수명의 숫자를 높이고 있는데 그 반대 급부(?)의 수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또 무엇인가. 자살자의 수 말이다. 한쪽에서는 오래 살려고 기쓰고, 한쪽에서는 성한 목숨을 스스로 끊어 버리고. 이 기묘한 조화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한국은 OECD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한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들보다 1.5배나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사망한다. 2000년에 비해 2배나 늘었다니 이 수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왜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끊는가? 인간의 기본적인 소망은 오래 살려는 것이다. 병들고 늙어도 생명에 대한 애착은 강하다. 그러나 자살은 대부분 순간적, 충동적인 생각에서 나온다. 사회적으로는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자살을 생각한다. 위기에 심하게 노출될 수 있는 40대 후반 남성의 자살율이 연령적으로는 가장 높다. 육신적으로는 갱년기에 들어서면서 호르몬 수치가 급격히 감소한다. 정신적, 사회적, 가정적으로 변화가 생긴다.

  그러나 위기는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감기 걸리듯 누구에게나 위기가 온다. 어떻게 보면 인생은 위기를 통과해 나가는 장애물 경기와 같다. 큰 위기도 파도타기처럼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별것 아닌 것도 큰 위기로 생각하고 자빠지는 사람이 있다. 문제는 위기의 적응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라이트(Norman Wright)박사는 적응 능력을 갖추지 못해 위기를 자초하는 사람들의 성격 특징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정서적으로 허약하다 (위기만 오면 어쩔 줄 모른다). 2) 신체적으로 약하다. 3) 현실을 도피하거나 부정한다. 4) 구강기 고착 증상을 보인다. 5) 시간을 배분하고 사용하는데 비현실적이다 6) 지나치게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7) 모든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돌린다. 8) 지나치게 독립적이거나 또는 의존적이다.

  어떤 사람에게 이런 성격들이 계속 진행될 때 그 사람이 위기를 만나면 자살할 확률은 매우 높다. 자살까진 안 가더라도 이런 성격으로는 일생 불행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어떻게 이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있는가? 위의 사실들을 이해하고 거꾸로 살도록 애쓰면 된다. 그 중 몇 개만 훈련해 나가도 위기 적응 능력은 높아진다. 개인적으로는 육신, 정신을 강하게 하고, 대인적으로는 관계 능력을 높여나간다. 하루 30분 걷는다든가, 팔굽혀펴기를 꾸준히 해도 심신이 달라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몇몇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사람은 혼자 살게 되어 있지 않다. 장수자의 특징은 '마당발'이다. 2005년 건강노인대회에서 1위를 한 김학규(88세)할아버지, 2006년 1위를 차지한 안태영(90세)할아버지의 특징은 사람 사이에 잘 낀다는 것. 두 사람 모두 복지센터에 매일 나가신다.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시사토론, 역사토론은 물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다. 그들의 뇌는 아직도 건강하고, 몸과 마음은 젊은 사람들 못지 않다.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지낼 때 가장 건강하다. 지혜자 솔로몬 왕이 말년에 썼다는 전도서엔 이런 말이 있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저희가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저희가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능히 당하나니 삼겹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당신이 지금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은 무엇인가? 함께 교제하는 사람들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