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건 죄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짐을 지며 살아간다. 유명한 인물일수록 큰짐을 지고 산다. 대통령, CEO, 감독들은 보통 사람보다 더 무거운 짐이 있다. 미국 대통령들을 보면 선거에 나올 때와 퇴임 때의 얼굴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년간의 시간 흐름보다도 그 동안의 큰짐으로 인해 얼굴이 많이 상한 것이다. 12년 만에 민주당에게 상 하원 다수를 내준 부시 대통령은 임기 말년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얼굴이 더 작아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부시 대통령의 말실수가 일반인들에게 즐거운 얘깃거리다. 폴 마틴은 부시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가 잠 부족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휴식이 많이 필요하지만 밀려드는 사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시간이 부족하다. 전 세계 모든 일들을 다 참견해야하니 오죽하겠는가. 20세 청년을 36시간 재우지 않았더니 그의 말과 판단력이 60세 노인과 같게 되었다. 그러니 60세의 노인이 수면이 부족하다면 몇 세의 언어 능력과 판단력을 갖게 되는 것일까.

  육신적인 쉼을 얻기 위하여 잠을 잘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잠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대학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이 4당5락이라는 말을 했다. 4시간 자면 합격이고 5시간 이상 자면 불합격이라는 것. 교장 선생님은 3학년 학생들을 위한 도서방을 따로 만들어 주셨다. 그곳에서 많은 학생들이 밤잠을 안자며 공부했다. 입시 날이 가까워 올수록 친구들의 얼굴은 하얗게 병색을 띄었다. 기쁨의 합격과 함께 입학식 날이 되었다. 총장, 교수들이 검을 가운을 입고 연단에 올라섰고 학생들은 운동장에 서서 한시간여의 식에 참석했다. 그 한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퍽퍽 쓰러진 학생들이 나무 그들로 옮겨지는 모습을 보았다. 그래도 10대 후반의 한창 젊은 나이여서 금방 회복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가끔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7-8시간의 숙면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생은 짐만 지며 살 수 있게 되어 있지 않다. 참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잠=게으름'이라는 생각이 최근까지 지배하고 있었다. 이것은 수십 년 동안 나에게 여러 경로로 학습되어온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시간 수면법, 나폴레옹 단면법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아침의 맑은 정신으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나는 아침에 맑은 정신이었던 적이 많지 않다. 학창시절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오히려 오후 늦게 부터 정신이 난다. 밤 10시 이후에 창조적이 된다. 그리고 아침 늦게 일어나야 몸이 개운하다. 3년만 새벽기도하면 누구나 새벽형이 된다는데 나는 수십 년을 새벽기도해도 새벽형이 안되었다. 오전 개인기도 시간엔 집중이 안되고 졸렸다. 새벽형 인간. 새벽을 깨운다. 새벽무릎....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난 선천적으로 게으른 사람인가?'

  최근 서울대학교에서는 올빼미형과 종달새형 인간의 유전자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올빼미형 인간은 밤에 활동해야 하고, 종달새형은 아침에 활동해야 더 능률이 오른다. 폴 마틴은 '달콤한 잠의 유혹'에서 수면 습관의 2가지 형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올빼미 형의 인간들이 더욱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음을 관찰했다.

  작년 여름 허리를 다쳐 누우면서 새벽기도를 쉬게 되었다. 몇 주간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잠을 자면서 내가 놀랐다. 밤에 잠자고, 아침에 또 자고, 점심 먹고 또 잤다. 그래도 저녁에 또 잠이 왔다. 사람이 이렇게 잘 수 있다니. 그러면서 죄책감이 몰려왔다. '목사가 새벽기도도 안하고....' 그러나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수년간 개척교회를 하면서 육신이 많이 피로해진 것 같다. 더구나 내 고유의 생체리듬을 역행하면서 살아왔으니. 올해부터는 저녁기도 모임을 만들어 매일 저녁기도를 인도한다. 하루의 삶이 훨씬 역동적이고 집중력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교회도 새벽에 일어나 애쓸 때보다 더 부흥되고 있었다.

  성경은 말한다. "하나님께서 그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주신다." 잠자는 것은 죄 짓는 일이 아니다. 현대인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 자기에게 맞는 수면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이민자들은 깊은 수면으로 건강을 챙겨야한다. 수십 년 동안 늦잠 자는 것이 죄라고 학습시킨 그 무지가 밉다.    
  당신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