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게? 더 세게? 더 많이?

  군인의 아들로 외국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의 친구들은 자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아이들. 여섯 살 때 함께 수영하던 여동생이 죽는 충격을 경험한다. 그 충격은 다음해에 친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연결된다. 그 해 초등학교에 입학. 전쟁과 사회 변화로 초등학교만 5번 전학했다. 아버지는 강하고 여성 편력이 심한 사람. 새엄마가 생겼지만 그 소년은 한번도 엄마라 부르지 않고 '아주미'로 부르며 자란다. 똑똑하고 예민한 소년. 주위에서 이 소년이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다 자란 키는 158Cm의 작은 키에 눈은 심한 근시. 그러나 새엄마에게서 난 동생은 크고 잘 생겼다. 그 동생에게 자기의 위치를 빼앗기지나 않을까 항상 경계와 걱정 속에서 자란다.

  자, 이런 환경 속에서 당신이 자랐다면 당신은 지금 어떤 성격을 갖고 있겠는가? 이런 사람이 한 단체의 리더가 되었다면 그의 리더십은 어떤 방식으로 발휘될까?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성장 과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신비에 쌓인 지도자로 생각한다. 그러나 차츰 측근에 있었던 사람들의 탈출로 베일에 쌓였던 그의 성장배경과 성격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한다.

  지난주에는 21년 간 CIA에서 일한 정치심리학자 제럴드 포스트 박사의 김정일 심리분석 기사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포스트 박사는 김 위원장의 성격 진단 소견으로 다음 사항들을 열거했다. '악성 자아 도취증, 극단적 자기몰두, 편집증, 과대망상'. 그는 "김 위원장은 거물은 거물급 장난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핵무기 소유에 대한 열망을 분석했다. 1997년 모스크바 방송은 '김정일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그는 일찍이 생모를 여의고 계모 밑에서 자라 애정 결핍 콤플렉스와 아버지 콤플렉스를 동시에 겪고 있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의 불안정한 성격은 어린 시절부터 기인된다. 어쩌면 김 위원장의 불안은 그의 성장배경에서 당연한 것이리라.

  김 위원장만이 아니라 인생을 산다는 것은 불안, 걱정, 두려움과 짝하여 사는 것이다. 인생 길은 끊임없는 불안의 연속이다. 왜냐하면 모두 처음 가보는 길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한다. 내 자녀가 어떻게 자랄지, 직장에서 언제까지 있을 수 있는지, 사업이 순조롭게 성장할지.

  사람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일반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무언가 소유하는 것이다. 큰 사고가 나면 사재기가 일어난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은 쇼핑 중독증에 잘 빠진다. 물건, 돈, 사랑, 학위, 힘, 권력..... 불안한 사람은 무엇이든지 소유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소유하려는 것은? 핵무기. 그러나 핵무기를 소유했다고 그의 불안과 내면의 두려움이 사라질까? 아마 더 불안해지기 쉽다. 소유는 두려움의 근본 해소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없는 소유 욕심은 오히려 비극을 초래한다. 나폴레온의 비극, 히틀러의 비극이 근본적으로는 소유욕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더 많은 것, 더 큰 것, 더 높은 것.

  성경은 인간의 두려움을 잘 간파하고 있는 책이다.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 인간이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나를 귀하게 여기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신뢰, 믿음은 불안, 두려움과 상반관계에 있다. 신뢰의 강도가 세 질수록 불안, 두려움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이 법칙은 성경에서만 말하고 있지 않다. 지금은 경제학, 정치학, 외교학에서도 통용된다.

  사회학자 후꾸야마(F. Fukuyama)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으로 '신뢰 trust'를 꼽았다. 신뢰는 다른 물리적 자본과 같이 경제적 발전은 물론 사회적 발전에 중요한 핵심임을 그의 저서 '신뢰'에서 밝히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신뢰'는 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상호에 대한 믿음을 말하고 있지만 그 메카니즘은 비슷하다. 리비아의 가다피는 미국을 '원쑤'로 여기고 불안한 세월을 보내다 극적으로 신뢰의 세계로 들어와 지금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체제를 보장해 주겠다는, 그리고 엄청난 물자를 지원하겠다는 많은 나라들이 있다. 그들과 '원쑤' 관계를 청산하고 신뢰의 관계로 들어올 수는 없겠는가? 핵 개발이 통 큰 것인가, 자기를 깨고 믿음의 관계를 갖는 것이 통 큰 것인가.

  당신이 지금 불안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 원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거기서 해방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