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인간  

  다이나믹 코리아! 매년 집회 차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변화하는 사회 모습을 실감한다. 일년 사이에 눈에 띄게  변화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과 중국 동북부가 아닐까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철을 타면 신문을 보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 점점 그 수가 줄어줄더니 전철에서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올해 달라진 풍경은 전철에서 핸드폰으로 드라마, 영화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 아직은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인 듯하다. 몇 번 탄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못 봤다.

  독일의 노벨상 수상자인 오스트발트는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조사해 본 적이 있다. 그는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째는 긍정적인 생각이고, 두 번째는 독서였다. 일본의 에세이 작가 하이부로 무사시도 성공하는 사람들을 조사해 보다가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근면한 사람이 마지막에 승리한다. 설령 타고난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도 5년, 10년, 그리고 평생을 지켜보면 어느 시점에서 근면한 보통 사람에게 추월 당해 점점 뒤쳐지게 된다. 독서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 마지막에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무사시의 말을 증명한 사람이 김득신(1604-1684). 그는 어릴 때 병치레를 하고 머리가 아둔한 편에 속한다. 10세가 돼서야 글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26자에 지나지 않는 <십구사략>을 며칠씩 배우고도 읽지 못했다. 그러나 아버지 김치는 화내지 않고 되풀이해서 가르쳤다. 20세가 돼서야 글 한편을 지어 아버지에게 보였는데 그때 아버지는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더 노력해라. 공부란 꼭 과거를 보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을 들을 아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물러났다. 김득신은 분발해서 밤낮으로 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타고난 둔재였다. 한번은 말을 타고 가는데 책 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말을 멈추고 말잡이 하인에게 말했다. "저 읽는 글이 익숙하긴 한데 어디에 나오는 글인지 생각이 안 나는구나." 그때 하인이 말한다. "부학자재적극박... 어쩌구 하면서 나으리가 맨 날 읽은 것을 쇤네도 알겠는데 나으리가 모르신다니요." 그때 김득신인 그 글이 <백이전>임을 깨달았다. 그는 39세에의 늦은 나이에 사마시에 합격했고 59세가 되어서야 급제하여 성균관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어떻게 그런 머리로 급제할 수 있었을까? 그의 <독수기 讀數記>는 그의 엽기적인 노력이 기록되어 있다. "<백이전>은 1억1만3천 번 읽었고, <노자전> <분왕> <벽력금>....은 2만 번 읽었다. <제책> <귀신장> <목가산기>....는 1만8천 번.... 갑술년(1634)부터 경술년(1670)사이에 <장자>와 <사기> <대학> <중용>은 읽은 횟수가 만 번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독수기>에는 싣지 않았다." 김득신은 시를 쓰기 시작했다. 당시 한문 사대가인 이식(李植)으로부터 "그대의 시문이 당금 제일”이라는 평을 들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특히 지도자들은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안창호 선생은 하루라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생긴다고 했다. 두보는 남아로 태어났으면 5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은 왕이 되려는 사람에게 이렇게 권한다. "이 율법서를 등사하여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서...." 독서하지 않는 왕은 백성을 다스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독서가가 되려면 독서의 계획이 필요하다. 시미지 가쓰요시가 쓴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습관'은 책을 제대로 읽는 법, 독서를 통하여 삶을 변화시키며, 꿈을 이루고 성공의 길로 나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마음에 드는 책은 망설이지 말고 사라' '좋아하는 저자를 만들고 그 저자의 책을 되풀이해서 읽어라' '더 나아가 본인이 직접 책을 써 보라' 실제적으로 하루 2시간을 독서의 시간으로 잡아라. 보통 신국판 300쪽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느려도 10시간이다. 정규적인 독서시간을 갖는다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 권의 책을 볼 수 있다. 일년이면 50권이 넘는다. 2년이면 100권. 적어도 다음 월드컵 때까지 비디오, TV 덜 보고 책읽기를 결심한다면 200-3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엄청난 양이다. 그 목록을 만들어 보라. 그리고 4년 후 당신의 인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기대하여 보라.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책 읽는 사람에게 계절이 따로 있겠는가. 그러나 덥지도, 차지도 않은 날씨는 책 읽고, 묵상하기에 좋은 기후임에는 틀림없다. 이 좋은 시절에 당신의 독서 계획을 세워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