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인간  

  3세 때 아버지가 별세했다. 째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막가파로 살지 않았다. 틴에이저 때 공부에 뜻을 두기로 결심한다. 20세 초에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하여 50대 초에는 한 나라의 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총명한 머리, 올바른 판단. 그러나 왕은 엄격한 총리가 자신의 쾌락 코드에 맞추길 원했다. 자신의 철학이 국가에서 받아드려지지 않자 56세에 총리직을 미련 없이 떠난다. 그 후 14년 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제자를 키운다. 74세로 타계할 때까지 3000여명의 제자를 키웠다. 공자. 그의 인생은 56세 이전의 정치가로써가 아니라 56세 이후의 스승으로써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제자들에 의하여 집대성된 그의 어록 '논어'는 이렇게 시작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不亦說乎" 공자는 공부하는 것을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이 얘기를 해 주었더니 이해가 잘 안 되는 모양이다. 그 지겨운 공부가 즐거움이라니.

  지겹던, 즐겁던 공부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오랑우탕은 아무리 똑똑해도 100년 전이나 1000년 전이나 똑같은 생활을 한다. 학습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100년이 아니라 10년만 지나도, 아니 요즘은 매년 달라지는 새로운 환경을 본다. 인간은 공부하기 때문에 변하고, 성장한다. 인류의 문명은 고래로 열심히 공부한 인간들에 의하여 발전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라는 에디슨의 충고에 대입하면 땀흘려 공부하는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닌가?

  집회로 매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을 듣는다. 같이 졸업한 300여명의 동창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50줄에 들어선 동기동창들 중 이미 퇴직해서 신문만 뒤적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데 45세 정년이라는 '사오정'이 무색하게 아직도 쨍쨍하게 잘 나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 한결같이 공부를 열심히 한 친구들이었다. '영어 정해'를 10번을 탐독한 친구는 지금 대사로 나가 있었다. 에어컨도 없는 도서관에서 엉덩이에 종기가 나도록 앉아 있었던 친구는 지금 부장 검사. 친구들끼리 술 마시고 한 집에 모여 퍼져 자고 있을 때도 책을 꺼내 공부하던 친구는 지금 서울대 교수. 돈이 없어서 참고서를 못 사고 학교에서 본 시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풀고 있었던 친구는 지금 대기업체 사장....

  누가 학교의 우등생이 사회의 열등생이라고 했는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이 하는 말이 있다. '빌 게이츠는 대학 졸업 못했어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닙니까?' 그 빌 게이츠가 얼마 전 마운튼 휘트니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대학 교육받지 않은 상태에서 연봉 4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말라.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에게 잘 보여라. 사회 나온 다음에는 아마 '그 바보'밑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 빌 게이츠의 충고는 통계로 증명이 되었다. 미국인의 평균 연봉은 가방끈 길이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도 과외 열풍이 분다. 맨하탄의 과외전문 업체인 인스피리카는 시간당 225달라에서 525달러까지 된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미국 동북부는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공부 경쟁 지역이다. 우리 자녀들이 이곳에서 잘 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도 잘 할 수 있다. 우리 자녀들에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자. 공부하라고 소리치고, 부모는 비디오만 본다면 자녀가 공부할 수 있을까? 대부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공부하는 부모 밑에서 나온다. 6자녀 모두 하바드, 예일 박사 학위를 가진 고홍주씨 가정은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함께 공부하는 집이었다. 이번 학기부터 하바드 법대에서 강의를 하게된 30대 초반의 석지영 박사의 가정도 아버지는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위장내과 전문의다. 자녀가 공부할 때 옆에서 책이라도 읽는 부모가 되자.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자체가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인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진보가 있다. 성경은 말한다. "전심전력하여 너의 진보를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게 하라" 이민자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다. 새로 시작하는 9월 학기는 자녀들뿐 아니라 우리 이민자들이 모두 공부하여 한국 이민 사회의 진보를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냈으면 좋겠다.  

  당신은 공부하는 사람인가? 공부만 시키는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