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위에 헌법, 헌법 위에 떼법?

  포항 건설 노조의 포스코 본사 불법 점거 농성이 8일만에 인명피해 없이 끝나서 다행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포스코 쪽에서는 1,2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보았단다. 노조측은 라면, 생수 등 3억 원어치를 준비하고, 2-4m의 쇠 파이프도 1,440개나 준비하는 등 장기간의 농성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비민주적인 불법 시위가 민주화 운동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1987년 6월 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기여한 중요한 항쟁이었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몸을 불태워가며 귀한 민주화를 얻어냈다. 그 당시 타임지 기자는 파나마의 노리에가 정부에 대하여 글을 쓰면서 5명의 한국 젊은이가 이 나라에 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한국 젊은이들의 데모는 전 세계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87년 이후 한국에서 데모는 어떤 영향력을 미쳤을까? 동아시아 연구원은 6.10항쟁 이후 벌어진 주요 시위의 특징을 분석했다. 89년부터 17년 간 벌어진 주요 시위는 5,400건. 명절 빼고 거의 매일 주요 시위가 벌어진 셈. 바라던 민주화가 이루어졌는데 왜 비민주적인 시위는 더 증가한 것일까? 시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연구에 의하면 불법 시위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29.1%, 법을 지키며 시위를 벌인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 비율은 25.2%. 그러므로 시위를 하려면 화끈하게 불법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게 되었다. 동아시아 연구소장 김선혁 교수는 "불법 시위대의 요구가 잘 받아들여진다는 것은 아직 한국 민주주의가 미숙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특히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시민들은 도로, 광장을 자신들의 의사 관철의 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 죽어나는 것은 민주 경찰들이다. 불법을 막기 위해서 있는 경찰들. 그러나 조금만 심하게 단속하면 오히려 경찰에 비난이 쏟아진다. 작년에는 과잉단속이라는 이유로 경찰청장이 옷을 벗었다. 시위자의 한 사람이 말한다. "법률 위에 헌법, 헌법 위엔 떼 법이 있잖아요. 떼를 쓰면 들어주는 '국민정서법'말입니다."

  떼를 쓰는 이유는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달라는 것. 자기 의견을 관철시켜 달라는 것. 어떤 때는 정말 필요한 '떼' 있다. 목숨 걸고 떼를 써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남을 생각지 않고 자기 유익만을 위해서 벌리는 '떼'는 이기적이고 몰상식하다. 이런 '떼'가 많아지면 그 사회는 어두워진다. 앞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표가 걸려있는 무리의 '떼'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민주주의 지도자들의 약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떼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전적으로 지도자의 역량에 달려 있다. 지도자의 결단과 용기가 중요하다.

  마가렛 대처가 영국 수상에 오른 1970년 후반은 인플레와 노사분규로 영국 사회가 오랫동안 침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 노동당의 수상들은 강성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올바른 정책을 펼 수 없었다. 대처가 수상이 된 후 의회에서 행한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연설을 듣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인기나 집권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겠노라고 선포했다. 노동자들의 시위를 들어줄 수 없다고 강하게 버텼다. 왜 국가가 당신들 안경테까지 맞춰 줘야하냐고 항변했다. 그녀는 개인의 철저한 책임과 도덕에 의거한 경제수술을 단행했다. 곧 수상 자리에서 쫓겨날 것 같았던 대처는 11년 간 집권하여 영국 최 장수 총리가 되었다.  

  홍해를 가르고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모세가 죽고 여호수아가 그 후계자가 되었다. 광야에 있는 200여 만 명의 백성들을 어떻게 목적지까지 인도할 수 있는가. 어떻게 그들의 떼를 받아줄 건가. 여호수아는 밤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오직 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극히 담대히 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한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여호수아1:7) 하나님은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떼'를 좇지 말고 '법'을 좇으라고 말씀하신다.

  떼를 잘 쓰는 것은 아직 법을 잘 모르는 아이들이다. 자녀교육 전문가인 드라이컬스(Rudolf Drekurs)는 자녀들의 떼를 받아주면 받아줄수록 문제 행동을 더욱 크게 만든다고 경고한다. 그가 부모들에게 주는 처방은 떼를 '무시'하라는 것이다. 마가렛 대처가 떼쓰는 노조를 무시함으로 성공한 것이 아닌가?      

  당신은 떼 법을 믿는가? 진리의 법을 믿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