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한국과 첫 경기를 치를 토고 팀에 대하여 한국은 사실 일찍 제쳐놓은 상태였다. 월드컵에 처음 진출하는 팀이기도 하고, 지난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 대회에서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를 지켜본 후 한국팀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들의 놀라운 변신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정신력이 살아났다고 평가한다. 빠른 역습과 압박 대결에서 아시아에서 가장 체력이 뛰어난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을 들었다. 어떻게 토고가 이렇게 강해질 수 있었을까? 한 사람 때문이다. 즉 백발광인으로 불리는 68세의 오토 피터스 감독이 팀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팀은 단시간에 달라졌다. 그는 선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패스 루트를 집중적으로 훈련시켰다. 피터스 감독의 정확한 훈련으로 죽어가던 팀은 정신력, 의욕,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한 단체가 죽고 사는 것은 한 사람의 지도자 손에 달려 있다. 히딩크라는 명 지도자 밑에서 한국 축구는 2002년 세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었다. 그런 팀이 본프레레라는 지도자를 만났을 때는 다시 지리멸렬한 팀이 되었다. 다시 아드보카트 감독을 만나며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똑같은 팀이지만 지도자에 따라서 팀이 강해지기도, 약해지기도 한다. 서울의 교향악단에서 연주하는 한 후배의 말이다. "100여명의 똑같은 단원이 연주하는데 항상 그 연주가 그 연주였어요. 그런데 정명훈씨가 바톤을 잡으면 소리가 달라져요. 어디서 그런 소리를 끄집어내는지 모르겠어요."

  한 명의 지도자는 어디에서나 중요하다. 특히 정치가에게 지도력은 온 국민의 지휘자, 감독으로써 매우 중요한 위치다. 한 나라의 먹고사는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정치계는 지도력의 공백으로 위기에 처해있다는 말을 한다. 부시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29%까지 떨어졌다. 워터게이트로 곤욕을 치르던 닉슨 대통령도 이 정도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었다. 노무현, 토니 블레어, 고이즈미.... 많은 정치가들의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다. 남가주 대학 리더십 센타 소장인 베니스(Warren Bennis)박사는 21세기의 지도력 결핍이 모든 위기 중 가장 절박한  위기라고 간주한다. 정말 이제는 세계 지도력이 공백상태에 있는 것인가?

  최근 중동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두바이를 방문하면서 충격을 받았다. 중동 지방이기 때문에 분명 열악한 기후조건을 갖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갖고 있는 석유 자원도 빈약하다. 그러나 중동 경제 허브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었는가? 한 사람 때문이다. 두바이 통치자 쎄이크 모하메드는  2011년까지 석유의 경제 비중을 0%로 낮추는 경제개발 정책을 발표했다. 2000명의 싱크탱크를 구성해서 두바이가 생존할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해서 실천해나갔다. 이들이 내놓은 정책들은 상상을 초월한 기발한 것들. 세계의 부호들은 마음껏 장사할 수 있는 두바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별 볼 일 없던 두바이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사람의 깨어있는 지도자의 역량은 어느 단체에서나 중요하다.            

  얼마 전 뉴욕에서 있었던 TLF(Total Leadership Forum)는 이민 사회에 어떤 모임보다도 중요한 모임이었다고 생각한다. 리더십에 대하여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강의하시는 김춘근 박사님이 열강하셨다. 그는 리더를 '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멀리 보는 사람이 리더라는 것이다. 훌륭한 리더는 지금의 형편을 보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에서 앞으로 되어질 일을 보는 사람이다.

  광야에서 모세의 명령에 따라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정찰하고 온 12명의 보고는 크게 두 편으로 나뉘었다. 10명은 좋은 땅이지만 강한 족속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수호아, 갈렙이 보는 것은 달랐다.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 밥이라"(민수기14:9). 똑같은 상황을 보는 두 가지 다른 눈. 10명은 결국 광야에서 죽었고 여호수아와 갈렙만 가나안 땅에 들어간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는가? 현실을 보는가? 그 너머를 볼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