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류 초기에 어찌하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수년간을 산 적이 있다. 퀸즈의 조그만 창고에 나와 똑같은 불법체류자 다섯 명이 숨을 죽이며 일했다. 누가 무어라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들은 불안했다. 어느 날 저녁 어떤 사람이 이민국에서 불법체류자들 잡으러 온다고 소리치며 뛰어 나갔다. 우리들은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가 어둠 속을 방황했다. 바람이 쌩쌩 부는 밤, 서럽고 답답했다. 나중 알고 보니 어떤 사람이 장난친 것이었다. 이민국에서 할 일 없어서 우리 같은 사람 잡으러 다니겠는가?  

  미국 이민자들에게 합법적 체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미국에 살려고 왔는데 살 수 있는 신분 보장이 안되면 무얼 해도 불안하다. 그런데 영주권의 문은 점점 좁아져 간다. 취업이민 영주권 문호 적체가 심화되면서 신청자들의 성인 자녀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월말 현재 비전문직 취업이민의 경우 신청서를 접수시킨 후 5년 정도를 기다려야 영주권 신청 자격이 주어진단다. 이 기간 중 자녀의 나이가 21세가 넘어가면 동반 이민신청이 불가능하단다.

  인생은 꼭 우리가 생각하고, 계획한대로 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머리로 계산한다 해도 인생이 그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만큼 인생은 변수가 많은 것이다. 왜 이씨는 온지 2년 만에 영주권이 나왔는데 나는 4년이 넘었는데도 깜깜무소식인가? 왜 어떤 사람은 20세 초에 결혼해서 벌써 애가 셋인데 난 30이 넘도록 노처녀 신세인가? 왜 다른 사람에게 잘 안 생기는 희귀병이 내 아들에게 생긴 것일까? 고난의 인생. 아무리 큰 고난이라도 고난의 이유를 안다면 참을 수 있다. 이유를 모르는 고난을 만나면 인생은 답답해진다.

  사도 바울은 초기 기독교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일한 사람. 그를 통하여 지금의 터키와 그리스 지역에 많은 교회들이 생겨났다. 그가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에 돌아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유대인들이 이단으로 고소하여 체포 되었다. 로마 행정부는 이 사건이 정치적 문제가 아닌 것을 잘 알면서도 유대인들의 눈치를 보느라고 재판을 질질 끌었다. 바울은 가이사랴의 한 감옥에 2년 간이나 잡혀 있었다. 한창 일할 나이, 선교의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그가 제한된 삶을 살아야 했다. 왜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바울을 석방시키지 않았을까? 바울이 왜 2년 간이나 지루한 세월을 보내야 했었는지 우린 그 이유를 완전히 알 수 없다.

  많은 경우 우리는 고통의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왜왜왜... 하면서 세월만 보내는 것은 현명한 인생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기에 우리가 너무 어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민 2세의 어린 자녀들은 한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한다. '미국에서 영어 쓰는 학교에 다니고, 영어로 게임하고, 계속 미국에서 살 건데 왜 어려운 한국말을 공부해야 하지요?' 왜왜왜... 어린 자녀들에게 아무리 애써 설명해도 그들은 지금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러므로 현명한 인생은 왜왜왜... 질문하면서 마음을 어둡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이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실제로는 더 중요하다. 자신의 고난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진주가 어떻게 생겨나는지 아는가? 조개 속에 조그만 돌이 들어간다. 이 돌은 움직일 때마다 연한 조갯살을 긁으며 상처를 낸다. 아프다. 피가 난다. 그런데 차내 버리려고 하면 연한 살갗은 더욱 찢어진다. 조개는 그 돌을 감싸기 시작한다. 자신의 분비물로 감싸고 또 감싼다. 그 분비물은 차차 굳어져 찬란한 빛을 발하는 진주가 된다.

  당신의 삶 속에 지금 조그만 돌이 있을지도 모른다. 배우자, 자녀, 영주권, 질병, 신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아프고, 피가 난다. 그러나 믿음으로 감싸는 법을 배우라. 품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라. 어느 순간에 당신의 고통은 찬란한 진주가 되어 당신을 눈부시게 할 것이다.

  감옥 속에 있는 사도 바울은 감옥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친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다스리시리라"(빌립보서4:6-7)

  지금 당신이 답답하게 갇혀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어떻게 그 안에서 생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