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경구가 있다. "중단하는 자는 성공하는 법이 없고, 성공하는 자는 중단하는 법이 없다." 관계를 중단하기는 쉽지만 끝까지 유지하기는 어렵다. 서로 사랑하여 결혼한 사람들이 얼마 안되어 이혼하는 이유는 처음 사랑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혼하려는 부부를 상담할 때마다 사람이 얼마나 사랑에 대하여 무지한가를 느낀다. 시작한 사랑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랑의 첫 열정을 사랑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대기권을 뚫고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궤도에 진입한 후에 그 추진 로케트는 우주에 버려진다. 사랑의 처음 시작은 열정이라는 추진 로케트에 의해서 발사된다. 그러나 그 열정은 절정에 도달하면 반드시 줄어들게 되어있다. 이것이 일반적인 사랑 곡선이다. 열정이 줄어들었다고 사랑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사랑은 다른 모습으로 즉 친밀감 또는 상호 헌신의 모습으로 발전되게 된다. 그러나 이런 발전을 알지 못하고 처음 열정만을 사모하게 된다면 그 사랑의 관계는 끝까지 유지하기 어렵다.

  한스 E 노삭의 "늦어도 11월에는"이라는 소설이 있다. 마리안네의 남편은 돈이 많은 사람. 어느 날 남편이 만든 문학상 수상식장에 참석했다. 그 날의 주인공은 34세의 극작가 베르톨트였다. 베르톨트는 마리안네를 보는 순간 이렇게 말한다. "당신과 함께라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요상한 한마디가 마리안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마리안네는 남편과 6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베르톨트에게 간다. 그들은 뜨겁게 사랑한다. 그 열기는 영원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의 열정적인 사랑은 여섯 주를 가지 못했다. 마리안네는 전남편과의 생활보다 더 지겨워진 베르톨트와의 관계에 절망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는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2002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Beautiful Mind"는 실제 있었던 프린스톤 대학교 교수의 얘기. 죤 내쉬는 천재적인 수학자다. 엘리사라는 여인과 결혼한다. 얼마 후 죤 내쉬는 정신분열을 일으켜 환각증세에 시달리게 된다. 죤은 병원에서 주는 약을 거부하고 폐인으로 살아간다. 이제 병원에 입원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죤은 퇴원의 기약도 없이 병원에서 일생을 보내야 하고 엘리사는 친정 집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싸고 있었다. 그러나 꾸렸던 짐을 다시 풀렀다. 그녀는 죤 곁에 함께 있기로 작정했다. 엘리사가 죤의 얼굴을 만지면서 말한다. "이 느낌이 진실이에요. 이 깊은 꿈에서 깨어나는 기능은 이 머리에는 없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여기 가슴에 있을 거에요. 난 기적이 꼭 일어날 거라고 믿어요." 엘리사의 사랑은 점점 죤 내쉬를 회복시켜 나간다. 죤은 다시 프린스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다. 1994년 그의 '균형이론' 이라는 짧은 논문이 노벨상을 타게 되었다. 죤 내쉬는 수상식에서 이렇게 말한다. "난 언제나 수를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논리이며, 누가 이성을 결정합니까? 나는 그 동안 비현실 세계에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것은 어떤 논리로도 풀 수 없는 사랑이라는 신비한 방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부인 엘리사를 바라보며) 당신이야말로 오늘 나로 하여금 여기서 있게 한 나의 존재이유입니다."

  마리안네와 엘리사는 모두 자신들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 시간이 지났을 때 그들의 사랑에는 위기의 변수가 나타났다. 어떤 관계도 위기가 없는 관계는 없다. 크던 작던 사랑의 관계는 다양한 위험을 만나게 된다. 이 위험을 슬기롭게 넘기지 못하면 그 관계는 깨진다. 엘리사는 그 위기를 넘기고 사랑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지만 마리안네는 그 위기를 넘지 못했다. 왜 두 사람에게는 이런 차이가 생겼는가? 두 사람이 사랑에 대하여 생각하는 방법이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마리안네는 사랑을 열정이라고 생각한데 반하여 엘리사는 열정을 넘어 헌신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은 배워야한다. 생각 없는 사랑은 불행을 초래한다. 사랑은 열정만으로 되어 있지 않다. 바울 선생은 고린도 교회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13:4)

(최혁 목사 / 포도나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