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정과 오륙도. 45세는 정년 퇴직하는 나이.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 지난번 한국에서 배운 말이다. 사오정과 오륙도 사이에 있는 나는 이 소리를 듣고 입안이 썼다. 아니 왠지 모르는 서글픔이 뱃속에서부터 치밀어 올랐다. 정말 그런가? 그래야 하는가? 아니다. 이건 지독한 어두움의 소리다.

56세의 한 사나이가 파산을 했다. 많은 사람의 칭찬을 받았고 돈도 꽤 모았던 그가 하루아침에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설상가상으로 병까지 들었다. 아무도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눈물과 한숨으로 병상을 지키고 있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먼지가 쌓인 한 대본이었다. 수년 전 어떤 청년에게서 받은 것이었는데 시간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것. 그는 그 대본을 읽으면서 점차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결국 눈물을 흘리면서 그 대본을 읽었다.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 대본에 곡을 붙인다. 병은 어디 갔는가? 마음속의 서러움은 어디 갔는가? 파산의 괴로움은? 그는 초인적인 힘으로 24일만에(1741년 8월 22부터 9월 14일까지) 53개의 곡이 들어있는 오라토리아 '메시아'를 완성했다. 44번 '할렐루야'를 작곡할 때는 신비한 영적 체험을 한다. "내 앞에 하늘나라와 위대하신 하나님 자신이 보이는구나. I did think I did see all Heaven before me - and the great God Himself!"

런던 초연 때 참석했던 영국왕 죠오지 2세는 '할렐루야' 합창에서 '전능의 왕 그가 다스리신다'를 부를 때 더 이상 왕관을 쓰고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조용히 왕관을 벗고 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왕이 아니라 오직 그분이 왕이심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헨델은 56세에 오륙도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인생의 위대한 도약을 맞았다. 전에 헨델이 주력했던 작품은 세속적인 오페라였다. 56세 이후의 작품은 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오라토리오에 집중된다. 하나님 안에서 그의 인생은 새롭게 펼쳐진 것. 결국 그는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으며 영국사람들이 가장 묻히고 싶어하는 웨스터민스터 교회 장지에 묻히게 된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 Ende gut, Alles gut.' 독일속담이다. 눈물도 있고, 한숨도 있고, 고통도 있었지만 하나님 안에 분명히 있으면 이 모든 슬픔이 가장 좋은 것으로 끝나게 된다. 신자의 삶에 비극이란 없다. Happy Ending만 있을 뿐이다.

욥은 오랜 기간 동안 까닭 없는 인생의 고통 때문에 괴로웠다. 얼마나 많은 밤을 홀로 눈물 흘리며 지세웠겠는가. 친구들, 친척들, 더 나아가 자기 아내의 외면을 받았을 때 그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겠는가. 그러나 욥은 끝까지 하나님 안에 있었고 이런 욥에게 하나님은 직접 하나님을 체험할 수 있는 영광을 주셨다. 마지막 욥의 외침이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42:5)

사오정? 오륙도? 45세는 인생의 정렬을 불태울 때다. 56세는 내 인생이 한단계 도약할 때이다. 아니, 인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하나님 안에서 끝까지 살아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