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 CCM(4)-홍정표 교수

▲“21세기 한국 씨씨엠이 정체기를 맡고 있다”고 한 홍정표 교수는 “한국 씨씨엠에 슈퍼스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송경호 기자
1905년 찬송가에 미국 가스펠 송이 실린 후 한국에 가스펠 송이 불려진지 100년이 됐다. 그간 미국, 호주 등의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온 한국 가스펠 송은 80년대 후반 CCM이라는 용어가 생기면서부터 박종호, 송정미, 최덕신, 최인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CCM아티스트들을 배출했다.

특히 최덕신은 주찬양의 첫앨범 <그이름>을 시작으로 CCM의 흐름을 주도했으며, 예수전도단의 화요찬양모임은 ‘경배와 찬양’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일으켜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소리엘, 김명식 등이 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하던 한국 CCM도 점차 무분별한 옴니버스, 컴필레이션 음반의 범람과 음반 시장의 불황 등이 겹치며 그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초 화제가 됐던 저작권 문제는 한국 CCM의 현주소와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하덕규 교수와의 만남에 이어 네 번째로, 70년대 중반 연예인교회에서 연예인들에게 복음성가를 가르치며 복음성가 문화를 꽃피우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던 서울장신대학교 교회음악과 홍정표 교수를 만나 한국 CCM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그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홍정표 교수는 특히 한국 씨씨엠이 워십송 위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워십송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진정한 예배의 회복을 위해 워십송은 필요하다”고 했다.

홍 교수는 한국 씨씨엠의 가장 큰 문제를 “찬양과 신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찬양 사역자들”로 보고, “끊임없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 내고, 그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역량있는 사역자 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은 한국 씨씨엠이 정체된 것 같다”고 한 홍 교수는 “한국에서도 마이클 W. 스미스 같은 슈퍼스타가 나와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찬양 사역자들을 적극적으로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워십송이 문제 아니라 삶의 열매 없는 예배가 문제”

-한국 씨씨엠이 지나치게 워십송 위주로 흐르고 있다. 좀 더 다양한 주제의 씨씨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찬양 사역자들에게 워십이 없는 사역은 공허하다. 워십송이 많다고 하는데, 오히려 진정한 예배의 회복을 위해 워십송은 필요하다. 씨씨엠은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 다르다. 물론 한 쪽으로 치우칠 때는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씨엠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교회의 역사나 어느 집단을 봐도 자기들끼리만 예배 드리고 그에 따른 삶이 없으면 다 망했다. 예배에 따른 삶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게 예배만 강조하고 아무것도 안 한다. 한국교회가 여러가지 회복해야할 것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예배가 회복돼야 한다.

예배가 회복되면 우리 삶에서 여러가지 믿음의 행위가 나타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전도가 되기도 하고, 또 통일의 문제가 되기도 하고, 사회참여가 되기도 한다. 결국 예배만 드리고 그에따른 열매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워십송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예배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의 씨씨엠이 나오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 씨씨엠의 가장 큰 문제는

“문제는 사역자들에게 있다. 그동안 '씨씨엠 스타'라고 하면 몇몇 사람 밖에 없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 그들에게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거나 돈이나 사생활에 대한 문제가 있어서 노래만큼 따라주지 못한다.

나는 미국에 가서 씨씨엠 스타들이 노래할 때 공연장을 가득 메운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이런 시대가 오겠구나’하고 기대를 했는데, 한국에 와 보면 사역자들이 자꾸 넘어진다.

그것은 씨씨엠을 하는 사역자들에게 예배가 없기 때문이다. 씨씨엠만 하는 사역자들은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혼하는 경우도 많고... 씨씨엠 가수들에 비해 워십리더들이 변하지 않고 계속 성장하는 이유는, 워십리더들은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서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것 없이는 찬양이 안 된다.

워십리더들은 매주 한 번이라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점검한다. 그리고 워십리더들은 목회의 범위 안에서 영적으로 관리가 된다. 그러나 씨씨엠 가수들은 그렇지 못하다.

또 워십리더들은 씨씨엠 가수들에 비해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날마다 하나님 앞에 서고 기도하다보니 영성이 뛰어나지고 그만큼 영적인 노래를 하게 된다. 그러나,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씨씨엠만 하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인격적으로 따라주지 못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고민하면서 기도하고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히트를 칠 것인가’를 생각한다.

하나님과의 예배가 회복되지 않으면 씨씨엠 가수가 될 자격이 없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안 된 상태에서 막 퍼주니까 영적으로 고갈 되고 결국 씨씨엠이 발전하지 않는 것이다”

▲홍정표 교수 ⓒ송경호 기자
-대중음악과 비교했을 때 한국 씨씨엠의 음악적 수준은

“높아졌다. 사실 대중음악의 수준도 그리 높은 것은 아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는 것을 염두에 두는 정도이다. 아티스트들의 연주력도 그렇고 한국 씨씨엠도 이제는 음악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찬양 사역자들, 스스로 역량 키워야”

-“한국 교회는 사역자들에게 음악 이상의 것을 바란다”는 지적이 있다. 집회에서 찬양만이 아니라 멘트도 해야 하고.. 여기서 어려움을 겪는 사역자들이 있는데

“찬양 사역자라면 찬양으로 사역을 한다는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찬양으로 사역을 하는 사람들은 음악만 잘 해서는 안 된다. 영적으로 깨어있어야 하고, 하는 말 하나 하나가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목사님 보다 더 말씀을 잘 해야 하고 기도도 잘 해야 한다. 그래야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양심 있는 사역자라면 사람들에게 감동, 감화를 주기 위해 멘트도 더 기도해서 생각해보고, 그렇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역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그럴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자기가 원하면 숭실대학이라든가 천안대학등 가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들이 있다.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신학을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교회와 세상에 동시에 영향 미치려는 욕심 버려야”

-미국의 한 씨씨엠 아티스트가 “찬양 사역이 엔터테이닝 위주가 되어선 안 되며, 씨씨엠 아티스트가 일반 레이블과 계약해선 안 된다”고 하는 등, ‘세속과 철저히 분리된 씨씨엠 사역’을 주장한 바 있는데

“어느 부분 맞는 말이다. 몇몇 사역자들이 자기는 세상음악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겠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둘 다 하면 좋지 않다. 오히려 세상에서 유명해진 사람이 예수믿고 찬송가 한 곡 부르는 것이 훨씬 더 영향력이 크다. 세상 것이면 세상에서 하고, 교회 것이면 교회에서 해야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둘 다 모두 잘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에미 그랜트처럼 세상노래와 씨씨엠을 동시에 잘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참 어렵다. 한국에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렇게 했다가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씨씨엠 하는 사람은 씨씨엠만 해야 한다.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나는 씨씨엠과 세상음악을 같이 하겠다고 했을 때 그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까지 둘 다 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얼마전 마이클 W. 스미스의 내한 공연이 있었다. 이 때의 높은 티켓값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나도 공연에 갔었다. 그런데 티켓값이 비쌀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 공연을 위해 밴드 등 여러 사람들이 많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그 정도 값은 지불해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문화쪽에 돈을 쓰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지금 음반 시장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아낌없이 지원 해야 하고 더 많이 사줘야 하고 아껴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평이 있는 데는 찬양 사역자들의 책임도 있다. 찬양 사역자들이 콘서트를 하면 ‘예전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찬양 사역자들이 좀 더 영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좋은 모습으로 찬양한다면 그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다.

마이클 W. 스미스가 오니까 그동안 이런 콘서트에 안 오던 사람들도 다 왔다. 그리고 다 좋다고 한다. 그것은 그 공연에 영적으로 음악적으로 수준이 높은 모습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클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노래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한국 찬양사역자들에게도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

“한국 씨씨엠에 슈퍼스타 필요하다”

-한국 씨씨엠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70년대 한국 씨씨엠은 외국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80년대에는 최덕신 등의 아티스트들이 나와서 한국곡들이 히트를 했다. 90년대에는 경배와 찬양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2000년대 와서는 좀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스타가 나와야 한다. 슈퍼스타가 나와야 한다. 한국도 마이클 W. 스미스 못지 않은 그런 스타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조용필이 콘서트를 하면 표가 없어서 못들어온다. 씨씨엠도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런 슈퍼스타가 나와서 그 사람이 찬양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그래서 그들이 삶이 변화되고 그렇게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찬양 사역자들을 길러야 한다. 지금 찬양 사역자는 교회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교회가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가르치고 유학도 보내고 하면서 진정한 후원자가 될 때 한국 씨씨엠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홍정표 교수

한국합창총연합회 이사장
한국교회음악학회 회장
세계 합창 올림픽 조직위원(ICOC)
온누리교회 장로
온누리교회 성가사
교회음악협회 이사
한국지휘자협회 이사
기독교방송 "성가의 고향" 진행자 역임
성남시립합창단 전임지휘자 역임
전국음악대학합창연합회 회장 역임
현 서울장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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