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변화의 기로에 선 한국 CCM(2)-최인혁 집사

컴필레이션 음반 등 근시안적 CCM 문화 꼬집어

▲최인혁 집사 ⓒ송경호 기자
1905년 찬송가에 미국 가스펠 송이 실린 후 한국에 가스펠 송이 불려진지 100년이 됐다. 그간 미국, 호주 등의 영향을 받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온 한국 가스펠 송은 80년대 후반 CCM이라는 용어가 생겨나면서부터 박종호, 송정미, 최덕신, 최인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CCM아티스트들을 배출했다.

특히 최덕신은 주찬양의 첫앨범 <그이름>을 시작으로 CCM의 흐름을 주도했으며, 예수전도단의 화요찬양모임은 ‘경배와 찬양’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일으켜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기도 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소리엘, 김명식 등이 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하던 한국 CCM도 점차 무분별한 옴니버스, 컬필레이션 음반의 범람과 음반 시장의 불황 등이 겹치며 그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올초 화제가 됐던 저작권 문제는 한국 CCM의 현주소와 풀어야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고형원 전도사에 이어 1988년 첫 앨범 <어두워지는 세상>으로 한국 CCM에 팝 스타일을 도입, 본격적인 컨템퍼러리 시대를 연 최인혁 집사를 만나 한국 CCM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그 문제와 해결책은 무엇인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활동을 하던 80년대 후반의 CCM과 지금의 CCM을 비교해본다면

전체적인 그림으로 봤을 때 지금이 전성기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최덕신과 주찬양, 박종호 등이 CCM 활동을 시작했던 80년대 말이 가장 활발했다. 의외로 지금은 과도기를 오래 겪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가 사역자들이 CCM을 하는 동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음악인’으로서 보다는 ‘사역자’로서의 동기가 많았다. 하나님 안에서 어떤 일을 만들어내고, 세상에 문화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개념으로 CCM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가수, 아티스트의 개념이 더 많은 것 같다. CCM 가수로 직업적인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환경적인 면이나 추구하는 스타일에 차이가 있는가

추구하는 스타일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이 그 때보다 여러가지 다양한 음악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음악의 다양성이란 것은 시간이 흐르고 사역자들이 많이 생겨남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나 또한 그 당시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기획사를 만들기도 했다.

-요즘 CCM의 문제 중에 음악적으로나 영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첫번째 대답의 연장에서, CCM을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사역자의 개념 보다 가수, 아티스트의 개념이 더 커지면서 상업성이 동반됐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나님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 보다 음반을 더 많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 것이다. 어떻게 사람들을 모을까, 어떻게 내 유명세를 유지할까 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 그 때부터 여러가지가 흔들리게 된다.

요즘 워십이 유행인데 너나할 것 없이 다 워십 음반을 낸다. 사역자는 자기만의 옷을 입어야 하는데, 부르심에 대한 분명한 자기 색 없이 천편일률적이다.

한 예로 교회에 목사님만 있어서 되는가? 청소하는 집사님이 있어야 교회가 깨끗해지는 것 아닌가. 음악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역할이 있고 색깔이 다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고,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인 면이나 유명세만을 의식한 나머지 그런 쪽에 마음을 다 빼앗긴다. 그러다 보니 실제적으로 영적인 흐름을 끌고갈 고민이 별로 없다. 자기의 확실한 뿌리가 없으니까. 그게 리더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CCM 사역자들이 음반 판매로 얻는 수익은 극히 적다. 그 결과 사역자들은 교회 사역에 치중하게 되고 음악은 세상 사람들 보다 교인들 중심으로만 만들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교회 안으로 좁아진 CCM, 어떻게 보는가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교회 안으로 CCM이 좁아졌다고 하는데 사실 여태까지 음악이 다양했어도 CCM이 교회 밖으로 나간적은 없었다. 일부 몇 곡을 제외하고는 세상을 향해서 CCM이 불려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계속 그래왔고 성도들을 향해서만 계속 해 왔다.

그리고 음반이 안 팔려서 교회 사역에 치중한다고 그게 치중이 되나? 음반도 안 팔릴 뿐만 아니라 교회 사역도 줄었다. 상당히 많이 줄었다. 사역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안한 말이지만 교회 사역도 많이 줄었다.

-그렇다면 지금 CCM의 문제는 어떤 것이 있나. 그리고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로, 교회에 경제적인 논리가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교회가 더 많은 일을 만들어내서 사역자들에게 위로가 되고 그래야 하는데, 의외로 교회 안에 세상의 논리가 참 많다. 교회가 당장 십일조가 줄어드니까 일도 줄여버린다. 아주 세상적 논리다. 이런 교회 논리 때문에 사역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사역자들에게 달려있다. 사역자들이 성령에 충만하고 좋은 음악을 잘 만들어 내면 교회는 교인들이 찬양사역자 통해서 은혜를 많이 받는구나 하면서 또 초청하고 그런다. 그런데 사역자가 영적으로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사역이 줄 수 밖에 없다. 교회는 그런 사역자를 보면서 역시 별볼일 없구나 이렇게 생각한다.

▲최인혁 집사 ⓒ송경호 기자
둘째로, CCM에 가장 큰 타격이 바로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가요는 노래가 계속 바뀐다. 하지만 CCM은 한 노래가 교회에서 몇년 동안 불린다. 회젼률이 가요에 비해 현저히 늦다. 이는 세상처럼 매스컴이 부족하다는 것과, 문화를 주도하는 세대가 청소년들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청소년들조차 예배로 들어오면 약간 어덜트해진 분위기로 바뀐다. 그게 CCM의 특성이다. 몇년 주기로 늘 같은 유명한 노래들이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만들어져 싸게 수십종이 나온다. 그게 제일 큰 타격이라고 생각한다.

셋째로, CCM 가수들에게 문제가 있다. 어떤 노래가 뜨면 그것으로 몇년을 버틴다. 새로운 노래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그리고 그 노래를 컴필레이션 음반을 만드는 쪽에 돈을 받고 판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를 죽인다. 가수들이 100만원 200만원 준다고 해도 자기 노래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을 준다.

제일 웃긴 것이 CCM에는 누구 누구의 곡이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유명해진 노래가 있으면 다른 수십개 음반에 그 노래가 들어간다. 정말 말이 안 된다. 가수가 제대로된 자기 노래가 없다. 먼저 불렀다는 메리트는 있을 수 있으나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또 하나, 작곡자가 여러 가수에게 곡 주는 것도 잘못이라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주면 그 사람에게서 끝나야 한다. 그 사람 노래로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가수도 작곡자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저작권 문제 등 CCM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발벗고 나서는 사역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작권 이런 문제가 정말 큰 문제다. 몇번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런 것은 큰 교회들이 나서줘야 한다. 사실 사역자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물론 누군가 나서야 하겠지만 사역자들이 열심히 뛰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역자들 중에 그렇게 뛸 사람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밥 먹기도 바쁘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우선은 사역자들이 제대로 된 사역을 하는 것이 첫번째 열쇠고리라고 생각한다. 이게 풀리면 교회가 인정하고 모든 사역자를 존중하고 귀히 여기고 그 사역을 선교에 활용한다. 그럼 교회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것이다.

교회가 찬양으로 은혜를 너무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 곡을 쓴 사람들은 지금 굶고 있다. 그러니 그들이 컴필레이션 음반을 내고 그러는 것이다. 나는 사역을 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여러분이 여태까지 그 찬양들 통해 살아왔는데 그 곡을 계속 영적으로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지금 죽어간다. 그래서 더이상 영적인 노래를 쓸 수 없다. 그러니 음반을 좀 많이 사달라...

결론을 말하자면 사역자들이 제대로된 사역을 하려고 노력하고 영적인 영향력을 주어서 교회에서 여러가지 문제나 어려움들을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사역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것 외에 공익을 위해 사역자들이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너무 열악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일이 너무 많다.

-한국의 CCM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가야 하나

한국인들은 정말 기도를 많이 한다. 그래서 한국 CCM에는 열정이 많다. 음악 자체는 어떨지 모르지만 가슴만은 정말 뜨겁다. 개인적으로 영어를 잘 한다면 미국 집회를 많이 갖고 싶다. 그래서 한국인의 열정을 전하고 싶다. 한국 CCM이 그런 특징을 잘 살려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연예인들이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당당히 밝히고 CCM 음반을 내는 등 연예인들의 CCM 참여가 활발하다. ‘미제이’라는 연예인 신앙공동체도 있는데, 연예인들의 CCM 참여를 어떻게 보는가

좋은 일이다. 그들이 유명한 사람들이니까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들이 할 수 있는만큼 잘 한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들에겐 어떤 사역의 마인드나 아이디어는 없다. 그래서 교회가 무조건 연예인 부르면 좋아하겠지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스스로 이쪽(CCM) 일을 어떻게 만들 아이디어가 없다. 또 연예계는 정말 세속적이다. 결국 그들이 CCM 활동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연예인들이 갖고 있는 열심과 하나님에 대한 애정을 어떻게 이쪽으로 잘 만들어낼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보면 무슨 문학의 밤 하듯이 연예인 한 명씩 나와서 노래하고 그냥 한 마디 하고 들어간다. 되게 썰렁하다. 한 두번은 그렇게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제대로된 기획과 컨셉이 없다면 한계적일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작은 불씨라도 제대로 짚일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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