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문대성 때문에 다시 보는 '다락방'
전도총회 소속 교회 출석에 당혹스러운 사람들…전도총회는 이단 풀려고 '대화 촉구' 중

 

한국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주영 씨는 골을 넣으면 잔디에 무릎을 꿇고 기도 드리는 골세레모니를 한다. 올림픽에서 화려한 후려치기로 금메달을 딴 문대성 씨도 매트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가슴 졸이며 경기를 보다 이들의 선전에 덩달아 두 손을 모은 기독교인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 전 국민이 호감을 갖고 있는 박주영, 문대성 선수가 전도총회 소속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총회는 예장합동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받았으나, 최근 양 교단은 다시 검증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사진은 박주영 선수가 2월 10일 기독교방송(CBS) '새롭게 하소서' 설 특집 코너에 나와 신앙을 간증하는 모습.

교계 언론들은 앞 다퉈 그들의 신앙 이력을 소개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해 9월 네 번에 걸쳐 '역경의 열매―문대성'이라는 제목의 긴 기사를 내보냈다. 금메달을 따기까지 힘들었던 순간과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로 극복했는지를 문 씨가 고백하고 기자가 정리하는 형식의 글이다.

문 씨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밖에 없는 확실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가족이 출석하는 시화안디옥교회 이정행 목사의 헌신적인 성원을 소개했다. 문 씨에 따르면, 이 목사는 문 씨가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하는 동안 매주 찾아와 두세 시간씩 같이 성경공부를 하고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의 정성에 자극 받아 문 씨는 대표선수들의 기도모임 회장까지 맡았다.

올 해 2월 10일에는 기독교방송(CBS)이 축구의 신동으로 평가받는 박주영 선수를 '새롭게 하소서' 설 특집 코너에 초청했다. 박 씨는 축구선수로 자라는 과정과 꿈을 소개하며, 부지런한 신앙생활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두 살 때 어머니 등에 업혀 교회에 나간 뒤 한 번도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 축구선교사가 되겠다는 고백, 천재 스트라이커·차세대 킬러·한국의 마라도나 등 화려한 수식어보다 '여수룬'(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자)이라는 예명을 가장 아낀다는 말까지 박 씨의 고백을 듣노라면 '참 반듯한 기독청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올림픽에서 인상적인 경기로 금메달을 목에 건 문대성 선수. 그는 전도총회 소속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제공 대한태권도협회)

그러나 최근 이들이 출석하는 교회가 공개되면서 그들의 신앙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박주영 씨는 대구동광교회(최영수 목사), 문대성 씨는 시화안디옥교회(이정행 목사)를 출석하고 있는데, 두 교회가 '다락방'으로 알려진 대한예수교장로회(전도총회·총회장 김언수 목사) 소속이다. 전도총회는 1996년 예장합동으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받았다.

최근 교계 일부 언론은 전도총회가 이들의 활약을 교단 홍보에 활용하고 있으며, 기독 언론들이 소속 교회와 교단을 알아보는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만으로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언론은 이단연구가의 입을 빌려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열렬히 응원했던 사람이 느끼는 배신감이 컸던 것일까.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을 넘어 언론사나 기자에게 항의 전화와 메일을 보내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은 선수의 팬 홈페이지에 출석교회가 전도총회 소속이라는 폭로성 글을 남겼다.

그러나 상당수 교인은 두 선수 때문에 전도총회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얻고 있다. 다수가 당연하게 이단으로 여긴 교단에서 그렇게 반듯한 신앙인이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전도총회는 자신에 대한 이단 규정을 풀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전도총회 이단 규정, 최소한의 검증 '대화'가 필요

작년 잠깐 예장합동과 전도총회가 만나 이단 검증 작업을 재개했다. 전도총회는 작년 초 예장합동에 다시 들어가기 위해 예장합동 총회장을 비롯한 지도급 인사들과 대화했다. 당시 전도총회는 "잘 처신하지 못하고 물의를 빚은 일에 대해 각성한다"며 "과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예장합동 교단지에 실었다. 이 성명서에서 전도총회는 "잘못된 점은 언제든지 지도를 받아 고치겠다"고 했고, 신학사상과 함께 가장 큰 문제였던 교인 이동문제에 대해서도 "회개하며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먼저 고개를 숙인 셈이다.

전도총회의 전향적인 태도에도 양 교단의 대화가 길게 가지 못했다. 예장합동 총회 지도자들이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단조사연구위원회는 "이단문제를 다룰 상설기구가 있는데 임원회에서 다락방과 먼저 접촉하는 것은 절차를 무시한 월권이다"고 주장했고, 여러 노회도 복귀 반대 헌의안을 올렸다. 절차상의 문제 때문에 교단 내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작년 총회에서는 복귀 논의 '불가' 결정이 떨어졌다.

전도총회는 예장합동과 대화가 끊긴 뒤에도 여전히 대화와 토론을 원하고 있다. 전도총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류광수·정은주 목사 등은 "예장합동 81회 총회(1996년)가 이단이라고 결의했을 때, 우리는 소명하거나 지도 받을 기회조차 없었다"며 "문제 있다고 지적 받은 천사동원권, 예수재영접설, 사단결박권, 김기동의 마귀론 영향 등에 대해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치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도총회는 "이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는 선교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것 때문에 자신을 이단으로 규정한 예장합동에 들어가려 한다. 이를 위해 겉으로만 변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예장합동의 지도를 받기를 원한다는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 신학적인 검증도 언제든지 받을 것이며 지적한 문제는 바로 고치겠다는 입장이다.

전도총회는 대화를 간절히 원하고 무슨 지적이든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나오지만, 예장합동 내부에서는 아직 때가 이르다고 보는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신학적인 문제보다 양측 교회들끼리 충돌한 불협화음으로 인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더 핵심적인 이유로 꼽는다. 이런 정황을 살펴볼 때, 전도총회가 비록 이단의 굴레를 쓰고 있지만, 김기동(성락교회) 이재록(만민중앙교회) 등 다른 이단 세력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대성 선수가 단 한번의 후려치기로 우리 속을 시원하게 뚫어 주었듯이, 박주영 선수가 한국축구의 희망을 쏘듯이, 한국교회가 철저한 신학적 검증 절차를 통해 이 문제를 뒤끝 없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동일할 것이다.

-뉴스앤조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