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시장, 어려운 상황 계기로 잘못된 시스템, 관행 고쳐야...

최근 CCM 시장이 오랜기간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음반 유통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어려울 때 구조조정 등으로 오히려 잘못된 관행을 철폐하고 더 발전하는 기업처럼 CCM 시장 역시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

CCM 시장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가 바로 유통구조의 문제다. 일반 유통시장이 그동안 나름대로 합리적인 구조를 가지게 된 것에 비해 기독교 음반 유통 시장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CCM 시장에서는 이미 오래된 화두다.

기독교 음반 유통에서의 문제는 '위탁판매'와 '어음결제' 두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반시장의 경우 유통사는 제작자에게서 음반을 '사서' 유통하는 시스템으로, 음반이 잘 팔리지 않아 재고가 생겼을 경우에도 최대 10%까지만 반품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판매점에서 직접 감당한다. 그러나 기독교 음반 시장에서는 100% 반품구조로, 안팔릴 경우 모든 앨범을 반품 시킬 수 있다.

이 위탁판매의 구조는 또 어음결제 방식을 낳게 되는데, 물건을 위탁판매하는 형태이다보니 앨범이 판매된 수량이 집계 된 이후에야 판매대금을 지불하게 된다. 기독교 음반 시장에서는 보통 6개월 어음결제를 끊어주는 것이 관례화 돼 있다.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서 음반판매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자금을 융통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이미 관례화 된 어음결제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 결국 음반 제작자(기독교 음반 시장에서 제작자라 하면 보통 기획사나 사역자 개인을 가리키는데, 최근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기획사에서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 사역자 개인이 직접 음반을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는 울며 겨자먹기로 어음결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현금결제를 받을 수 있는 유통 총판업체가 있기는 하지만, 안정을 보장하는 만큼 낮은 마진율을 얻게 되기 때문에 어느쪽이든 음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의식을 가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위탁판매의 구조는 또 '일부 유통사가 몇몇 앨범은 뿌리지도 않고 바로 100% 반품한다'는 의혹과 불만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기독교 음반을 수요할 수 있는 매장은 기독교백화점 외에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일반 매장은 보통 '음반전문매장'의 성격을 띄기 때문에 다양한 앨범을 진열해 놓을 수 있지만, 기독교백화점은 음반 전문 매장이 아닌 그야말로 기독교 용품점이기 때문에 그렇잖아도 외소한 가게에 앨범을 위한 공간을 많이 내어 줄 수가 없다.

때문에 아직 검증 되지 않은 신인 앨범이 발매됐을 경우, 잘 팔릴 거라는 확신이 없는 이상 그다지 진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오래 전에 나왔더라도 여전히 얼마씩이라도 팔리고 있는 유명 음반을 지속적으로 진열하는 것이 기독교백화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백화점이나, 유통사에서는 잘 팔릴 것 같지 않은 앨범은 주로 취급하지 않고 싶어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몇몇 유통사에서 아예 신인 사역자가 맡겨 놓은 앨범을 뿌리지도 않고 일정기간 후에 다시 반품시키는, 기이한 현상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유통사 입장에서는 경험적으로 이 앨범이 정말 안팔리겠구나 알 수 있는데 퀄리티가 떨어진다거나, 현재 음반시장 상황을 잘 못 본 앨범일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며 "유통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앨범을 뿌리지도 않고 반품 시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생각없이 그러한 앨범을 무분별하게 만드는 것 또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앨범이 뿌려진다 하더라도 생기는 불만이 있다. 기독교 음반시장에서는 홍보매체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독교백화점에 보기 좋게 진열된 '세팅상황'이 큰 영향을 발휘하게 되는데, 신인 앨범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기는 매우 힘들다. 즉, 기독교백화점 내에서도 음반이 잘 보이는 곳에 세팅되어야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데 어떤 앨범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에 쳐박혀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세팅상황'은 기독교백화점 자체적으로 관리하기도 하지만 유통사에서 컨트롤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유통사와 음반 제작자(혹은 사역자)간의 관계에서 다소 유통사에 유리한 양상을 만들어 제작자들의 불만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신인 앨범의 경우에는 이 '세팅상황'에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세팅상황'과 유통의 주도권에 있는 유통사에게 함부로 권리를 주장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유통사에게 그야말로 '밉살맞게' 보이면 앨범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 처박히거나 심할 경우 앨범 자체가 뿌려지지도 못하고 사장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앨범을 뿌려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라 할 정도로 유통사와 신인 앨범 제작자간의 관계가 잘못돼 있는 것.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기독교 음반 관계자는 웃음 섞인 말로 "100% 위탁판매의 구조에서 물건을 맡길 때 유통사에게 결제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그 전에 있던 물건까지 다 반품돼 돌아올 수도 있다"고 상황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통사들은 기독교 음반 유통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기독교백화점이 칼을 쥐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위탁판매'와 '어음결제' 방식이 아닌 현금결제방식 체제를 고수하고 싶어도 각 기독교백화점에서 이전의 방식을 고집하는 한 유통사에서만 손해를 감수하며 제작자들에게 현금결제를 해 줄 수는 없다는 입장.

유통사간 연합을 통해 각 기독교백화점에 압력을 넣어서라도 이 유통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경쟁관계에 있는 유통사들의 연합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기독교백화점 또한 대부분 영세한 용품점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기에 어음결제를 고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기독교백화점의 경우 교회용품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겹치는 겨울에는 어느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그 밖에는 매출이 많이 떨어지는 형편이고 잘못하면 도산의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몇달의 시간을 벌 수 있는 어음결제와 안팔린 물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위탁판매를 고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한 음반 관계자는 "최근에는 유통구조의 문제 뿐 아니라 경기가 너무 안좋아 안좋은 일들이 많이 생긴다"며 "요즘같은 경우는 신인사역자가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음반을 만들어도, 현재의 유통 기반을 다져서 희망적인 앞날을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기가 많이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사역자는 "기독교 음반 시장이 힘든 길을 걷고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상항을 계기로 삼아서 그간 잘못돼 왔던 관행들이 고쳐지고, 깨끗하고 투명한 기독교 음반 시장으로 탈바꿈 하기를 바란다"며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하기도 했다.


양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