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집, 개신교 자성과 회개 지적…선교 2세기 해결과제 던져
 
▲ KBS는 10월 2일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그램에서 선교 120년을 맞는 한국개신교의 위기상황을 진단했다. ⓒ뉴스앤조이

한국방송공사(KBS)가 10월 2일 방송한 '개신교 선교 120년을 다룬 특집'과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백도웅 총무는 이렇게 말한다.

"공영방송이 특정종교 비판을 담은 특집을 방송한 것에 대해 아쉽다. 그러나 이제 한국교회는 외부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백 총무는 개신교의 치부가 교계 밖에서 다뤄진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KBS가 못할 말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백 총무의 견해는 우리 사회 성역으로 존재했던 종교의 권위를 공영방송이 인정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개신교 스스로 자정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을 동시에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성해용 원장도 KBS 방송에 대해 “한국교회에게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하고 “방송에서 다룬 교회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교인 전체가 생각해볼 내용이었다”고 평하고 있다.

김동호 목사(높은뜻숭의교회)와 이성희 목사(연동교회) 등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은 몇몇 교회가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신도를 동원해 시위를 벌인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KBS 방송은 교회 탄압이 아니며 교회가 수용하고 공부해야 할 내용이었다"고 말하고 "세상을 가르쳐야 할 교회가 이제 가르침을 받는 교회가 되었다"고 밝혔다. 이성희 목사는 "이 정도 사실보도 때문에 개신교가 데모를 한 것은 성급했다"며 단지 "KBS가 불교나 가톨릭를 빼고 개신교만 다룬 것은 편파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부분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측에서는 여전히 KBS에 대해 높은 불만을 표시하는 분위기다. 김청 홍보국장은 "항의방문을 계획 중에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정연택 사무총장은 "내용은 생각보다 약했지만 공영방송이 선교 12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무슨 의도로 개신교를 다뤘는지 의문이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KBS의 이 프로그램은 수도권에서 6.0% 그리고 전국에서는 5.5%의 시청률을 보여 평소보다 1%가량 높게 나타났다. 또 시청자들 역시 과거 방송분에 비해 훨씬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시청자들은 KBS가 개신교를 다룬 것에 대해 대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꼭 종교문제를 다뤄야만 했느냐는 식의 일부 아쉬움을 표시하는 의견도 발견됐다.

한 제작진은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한국교회의 교인들이 여러 가지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 제작진은 "개인적으로는 종교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무척 큰 만큼 언론이 객관적인 수준에서 짚어주는 정도의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KBS 무엇을 다뤘나

KBS가 10월 2일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방송한 '선교 120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라는 프로그램은 한국 개신교가 사회에 끼친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을 조명했다. 주제 자체가 워낙 광범위해 각론에서는 놓친 것도 많았으나 총론적으로는 △개신교의 사회적 중요성 △물량주의 폐단 △비민주적 교회운영 △일부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 등 개신교가 앓고 있는 대표적 문제점을 비교적 부드럽게 그려냈다.

   
▲ KBS가 한국 개신교 성장을 상징하는 교회 중의 하나로 소개한 주안장로교회. ⓒ뉴스앤조이
이 프로그램은 먼저 국민의 1/4이 개신교도며 세계 2위의 선교대국, 세계 10대 대형 교회 중 5개가 한국교회에 있다는 것과 국회의원 255명 중 120명이 개신교 신자며 상장기업 임원의 43%가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제시한다. 즉 이 같은 놀라운 성장 속에 교인수의 감소와 대형교회 건축의 문제점, 세습 논란, 재정 불투명, 목회자 도덕성의 등 한국교회의 위기징후를 들춰내고 있다.

그리고 전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에 관한 의식 조사 결과를 제시한다. 이 설문조사는 응답자의 59.3%가 '한국교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답하고 있어,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설문조사 내역>
▶ 한국 교회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
->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있다(31.1%),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있다(59.3%),
무응답(9.7%)
▶ 한국 근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종교
- 기독교(42.7%), 불교(31.9%), 천주교(11.3%), 무응답(12.1%)
▶ 한국교회가 잘하고 있는 점
- 이웃돕기/ 봉사활동(47.3%), 올바른 삶의 가치관 제공(14.9%), 지역공동체형성(12.4%),
인권/ 복지활동(8.9%), 남북교류활동(4.5%), 무응답(12.0%)
▶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점
- 자기교파/자기교회중심(40.3%), 교회의 대형화/ 성장제일주의(23.9%),
자격이 부족한 목회자(12.6%), 비민주적 의사결정/ 불투명한 재정운영(9.5%), 세습(5.8%)
▶ 한국교회의 정치적 성향
- 보수적이다(47.6%), 중립적이다(22.2%), 진보적이다(18.1), 무응답(12.2%)
▶ 일제시대 한국교회의 친일부역,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나 청산의 필요성
- 필요하다(53.1%), 필요하지 않다(39.8%), 무응답(7.2%)

또 이 프로그램은 지난 120년 동안 영광과 치욕의 두 길을 걸어온 한국교회 과거사를 들춰냈다. 구한말 이 땅에 복음이 전파된 이래 교회가 근대화와 민주화, 사회복지에 큰 기여를 한 것과 더불어 신사참배, 친일, 독재 권력과의 유착 등의 부끄러운 모습을 나란히 조명한 것.

   

▲ 과거 여러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3.15 부정선거를 지지했다. ⓒ뉴스앤조이

한편 한국교회 물량주의와 재정 불투명, 세습 폐단 등과 관련, △분당 할렐루야교회 초대형교회 건축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30억 횡령 사건 △강남제일교회 세습 사태 등을 조명했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 설립 베데스다 신학교가 교육부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 등을 대형교회의 비리 고발 차원에서 언급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일부의 목회자윤리강령 제정 노력과 서울 영동교회(정현구 목사)의 사회봉사 프로그램 및 교회정관 제정 등 긍정적인 측면도 아울러 다뤘다. 또 부천 예인교회(정성규 목사)가 교회 분란을 딛고 민주적 교회를 운영하는 모습도 담았다.

이 프로그램은 결론적으로 한국교회가 대형화의 유혹에서 벗어날 것과 시스템을 통한 민주적 교회와 투명한 재정 운용 및 사회봉사 프로그램 확대 등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