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음반매장을 찾으면 많은 앨범에 동일한 곡이 수록돼 있는 것를 심심치 않게 경험한다. CCM 시장에서는 한 곡이 소위 '떴다' 싶으면 많은 음반사에서 그 곡을 다시 녹음해 새로운 음반에 수록하기 때문이다.

대중음반시장의 경우에는 가수와 곡의 관계가 너무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그 곡이 많은 인기를 얻은 곡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가수가 부르게 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떴다 하는 곡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가수가 부른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CCM 시장은 대중음반시장과는 달리 한 가수가 미치는 영향보다 곡이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앨범에서 한번 유명해진 곡이 다른 가수에 의해 불리워져 새롭게 녹음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대중음반시장에서도 CCM 시장에서처럼 한 곡이 뜨면 그것을 다시 다른 가수를 통해 녹음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고속도로 음반'이라고 불리우는 뽕짝 메들리 테잎이다. 간혹 고속버스를 타거나 휴게소를 들를 때 한 때 유행했던 곡들이 이름도 모를 가수에 의해 메들리로 불리워지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반시장에서는 인기를 얻은 곡을 다시 녹음해서 사용하는 것을 '고속도로 음반'이라고 부른다.

물론 리메이크 곡도 있지만, 리메이크는 CCM 음반이나 고속도로 음반에서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리메이크는 세대를 거쳐간 오래된 곡을 신세대에 맞게 새롭게 재창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 오히려 더욱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드러낸다. 그에 비해 '고속도로 음반'은 상당히 저급한 문화로 취급되고, 실질적 음반 구매자인 10-30대 층에게 외면받고 있다.

그런데 CCM 시장에서는 특이하게도 원곡을 다시 재녹음 혹은 재편집한 CCM 음반이 원곡을 담은 기존의 음반과 거의 동일한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KOMCA)는 등록된 곡의 경우 신탁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실질적인 권리를 KOMCA에 양도한 것이 된다. 만일 KOMCA에 한 곡을 맡겼을 경우 1년이 지났을 때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타 음반사에서 KOMCA에 등록된 곡을 4-50여만원의 저작권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신곡의 경우 1년 동안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타음반사에서 그 곡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대중음반시장과는 달리 CCM에서는 곡이 인기를 얻는 속도가 느리고 오랜기간 인기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1년은 매우 짧은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CCM 시장에서만 나타나는 이 기이한 현상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앨범에 자신의 곡이 사용되면 홍보면이나 저작권료 수익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자신의 앨범 판매에 불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그 외에 사역자 혹은 음반제작자 쪽에서 얻어지는 장단점들이 혼재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지나치면 자칫 CCM 시장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시 녹음되는 곡은 주로 편집 혹은 기획 음반에 사용되기 마련이다. 만약 CCM 시장에서 한 곡이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KOMCA에 곡에 대한 저작료를 지불하고 그 곡을 다시 녹음해 편집음반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면 어떠한 현상이 벌어질까. 원곡보다 질 낮은 상태의 음원이 상당수 배출될 것이고, 전체 음반의 문화적 가치는 점점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눈 앞에 있는 이익만 바라보고 손쉽게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CCM 시장을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CCM 시장에서만 일어나는 이 재녹음 음반 현상이 전체 음반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


양홍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