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지러울수록 국민들은 이 시대를 올곧게 바라보며 바른 길을 제시하는 참스승을 그리워한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크리스천들은 진정한 영성의 사람,기도의 사람을 찾는다.

한국을 너무나 사랑해서 평생 한국땅에서 기도와 영성의 삶을 살았던 강원도 태백 예수원의 고 대천덕(R A 토레이) 신부가 만일 살아계셔서 지금의 한국을 바라본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버님은 금식하며 기도하셨을 것입니다. 그분은 이 땅의 모든 행동들을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하며 하나님께 조용히 나아가 묵상하며 기도하셨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긍휼을 바라는 기도운동입니다.”

2년전 하나님 곁으로 떠난 대 신부의 외아들 벤 토레이(56) 신부가 최근 한국을 방문,대통령 탄핵으로 극도로 혼란한 이 땅의 크리스천들에게 던진 말이다. 한국에서 13년을 살았던 토레이 신부는 그동안 미국에서 목회와 미션스쿨 이사장 등 교육사업을 해왔다. 아직도 한국에서 보낸 유년기의 추억이 뚜렷하고 우리말도 제법 잘하는 토레이 신부가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른 신앙적 결단이었다.

그는 남은 삶을 북한 선교에 헌신하기 위해서 한국에 돌아왔다. 2002년 부친이 쓰러졌을 때 많은 사람이 토레이 신부에게 한국에 돌아와 예수원 사역을 이끌도록 부탁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노’였다. 미국에서 의미있는 사역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굳이 한국에 돌아갈 이유를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그에게 북한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셨다. 북한 사역을 위해 하나님이 대 신부 가족을 선택했고 특히 토레이 신부는 그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의 잃어버린 영혼들을 위해서 삶을 바치라’는 주님의 음성을 그는 사명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부친으로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훈련을 받았던 그는 거역할 수 없는 그분의 뜻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족이 완전 귀국하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해 당분간 그는 한국과 미국을 왕래하면서 ‘삼수령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북한 선교 사역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태백에서 발원된 물이 동해와 낙동강,한강으로 흐른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인 삼수령 프로젝트를 위해서 이미 과거 예수원의 목장 자리에 삼수령연수원이 만들어졌다. 북한 사역을 그는 특히 ‘넷째강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북한에 영적인 강물이 흐르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조만간 미국의 인권단체들과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다.

토레이 신부의 결단으로 한국은 4대에 걸쳐 토레이 가문과 인연을 맺게 됐다. 토레이 가문은 토레이 신부의 증조부이자 성령론의 대가인 신학자 R A 토레이 1세로부터 한국 의수족사업 창시자인 토레이 2세,대천덕 신부에 이어 토레이 신부에 이르기까지 4대가 한국을 위해 사역하게 됐다. 한국을 너무나 사랑했고 누구보다도 한국이 예수 믿는 나라가 되기를 바랐던 가문이었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놀라운 영적 부흥의 밑바닥에는 이들 가문의 눈물과 기도가 있었다.

아직도 예수원에는 대 신부의 부인 현재인(84) 사모와 큰딸 옌시 토레이(한국명 대명자)씨가 살고 있다. 대명자씨는 미국에서 살다가 부친이 세상을 떠난 뒤 예수원에 들어와 어머니와 함께 기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너무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습니다. 황금같은 기간이었습니다. 한국은 이대로 쓰러지지 않습니다. 강원도 태백의 산골짜기서부터 한반도 곳곳에서 나라를 위해 울며 기도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인생은 실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통일과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기도합시다. 기도해야 합니다”고 대 신부의 유족들은 강조했다.

이태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