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살인교사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영생교 교주에 대한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이단 사이비 종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단 사이비 종교는 일반인 뿐만 아니라 교회에 다니는 성도와 가정까지도 파멸로 몰고갈 만큼 부지불식간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이단종교에 빠진 한 가족의 경험담과 함께 이 사례를 바탕으로 이단 사이비 종교의 특징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지난 13일 저녁 한 40대 남성이 본보에 전화를 걸어왔다. 아내와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그는 지난 2년6개월동안 이단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정파탄 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의 가족이 생활했던 E기도원은 특정 교단이나 교파에 소속되지 않은 사설기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민(가명·41세·건축업)씨 가족이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E기도원을 찾은 것은 2001년 8월. 당시 김포시에 주택 부지를 매입한 오씨 가족은 집을 지을 건축자금이 부족해 임시 거처를 찾고 있었다. 평소 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해온 오씨는 기도원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도 있겠다고 판단,수소문 끝에 E기도원을 찾게 됐다.

처음 얼마동안 기도원 생활은 견딜 만했다. 낮에는 신도들이 고물수집 등 노동을 하고 밤에는 예배 및 집회를 하면서 신앙심도 깊어졌다. 특히 오씨의 아내는 기도원 생활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씨는 기도원에 대해 하나둘씩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일예배와 금요철야 집회 때만 드리던 헌금을 매일 꼬박꼬박 내야 한다는 원장의 말 때문이었다. 원장의 말이 명령처럼 들렸던 오씨 부부는 고물을 수집해 벌었던 3만∼4만원씩의 일당을 2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내왔다.

더구나 “하나님은 E기도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드리는 예배는 받지 않으신다”는 원장의 말에 오씨의 의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하지만 오씨의 아내는 원장의 말이 곧 하나님의 말이라며 굳게 믿고 있었다.

오씨는 고심끝에 다른 곳에 방을 구해 가족과 함께 기도원에서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오씨는 원장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원장은 오씨의 마음에 마귀가 들어가 있다며 기도원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해 마귀를 쫓아내든지,아내와 별거해 혼자 나가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8월말 오씨는 아내를 놔두고 일단 2명의 자녀를 데리고 기도원을 나왔다. 하지만 아내가 없는 가정이 평온할리가 없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가정,자신의 직장까지 혼자 책임 져야 하는 오씨는 점점 지쳐갔다.

오씨는 할 수 없이 아내가 처한 상황을 처가에게 통보했다. 오씨의 얘기에 놀란 처가 가족이 지난 14일 E기도원을 방문,아내를 데려오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국제종교문제연구소(소장 탁지원)에서 이단 사이비 문제를 상담하고 있는 이영호 목사는 오씨 가족의 사례가 전형적인 이단 사이비 종교에서 나타나는 형태라고 말했다. 오씨 가족의 사례로 본 이단 사이비 종교의 특징을 요약했다.

△다른 곳에서는 예배를 드리지 말라=교주가 운영하는 단체(교회나 기도원)를 성지화하며 자신을 우상화시키기 위함이다. 나아가 그들의 공동체를 지상천국이라고 주장하며 신도들이 교주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이비 종교단체인 아가동산이 이와 유사한 곳이다.

△직접계시·직통응답을 받는다=하나님으로부터 직접·직통으로 계시와 응답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단 사이비 종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마음과 몸이 약해진 신도들은 이들의 말에 쉽게 현혹되며 심취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 교주들은 또 하나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신도들의 생사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백백교가 이와 비슷한 단체다.

△헌금을 강요한다=오씨 가족이 생활한 기도원의 경우 기도원 생활을 하는 신도들이 고물수집을 통해 얻는 이익을 모두 헌금으로 바치게 했다. 노동착취를 통해 기도원의 운영 자금과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방편이다. 동방교도 가출 청소년들에게 앵벌이를 시켜 돈을 착취했다.

△배우자와의 별거를 강요한다=자신들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신도를 제거하는 동시에 예속시키는 수단이다. 특히 부부 신도인 경우 배우자 중 한 명이 별거나 이혼을 하면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교주가 이 위자료를 챙기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 목사는 “이단 사이비 종교단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종교단체와 비슷하거나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교회나 기도원을 선택할 때 교단 총회나 이단 사이비단체 연구기관 등을 통해 반드시 사전에 교단이나 교파,담당 목사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찬기자